70대 노인의 성생활을 집중 조명한 영화 ‘죽어도 좋아’가 우여곡절 끝에 이달 초 개봉됐다. 70대 노인들의 성관계 장면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이유로 국내에선 개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미 칸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다. 비록 젊은이들처럼 팽팽한 피부도 아니요, 애끓는 열정 또한 부족하겠지만 70년간의 연륜과 인생의 마지막 동반자에 대한 살가움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황홀한 섹스를 가능케 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사실 의학적으로도 ‘노화’와 ‘성기능 약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 당뇨병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면서 부수적으로 성기능이 감퇴될 뿐이다. 성적 욕구 역시 마찬가지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젊은 남성뿐만 아니라 70대 노인들도 흥분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노인들의 성관계 빈도가 줄어드는 것은 배우자를 먼저 잃었거나 섹스파트너를 구하기 힘든 여건 때문이지 성욕이 줄어들어서는 아니다. 젊어서 성욕이 왕성했던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왕성한 성욕을 자랑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성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성관계를 해야 한다. 젊었을 때는 몇 년씩 성관계를 하지 않아도 성기능이 떨어지지 않지만 60세부터는 3~6개월만 공백기간이 있어도 발기장애가 올 수 있다. 정기적인 성관계는 30세 이후 약 1%씩 감소하는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효과도 있다.
섹스는 인간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자 노인들에겐 인생의 마지막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자신의 성생활 수명이 끝났다고 결론짓고 성생활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절대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채소 위주의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 낙천적인 마음가짐, 그리고 자위를 통해서라도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려는 노력의 네 박자만 맞으면 노년에도 젊은이들 못지않은 왕성한 성생활을 즐길 수 있다.
최학룡/ 마노메디 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