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일본, 한물 간 것 아니냐’는 쑥덕거림도 들린다. 그러나 올해 일본은 노벨 과학부문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 튼튼한 ‘기초체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이 책에서는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등 13명의 일본 연구자가 과학자로서 성공하기 위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들려준다.
그러나 ‘왜 일본의 과학 실력은 강할까’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도쿄대 총장과 문부상을 지낸 물리학자 아리마 아키토는 ‘양자와 중성자의 자기적 성질에 대해 1954년 논문을 썼으나 40년이 흘러서야 이 연구가 일본 학사원상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한마디로 “일본이라는 나라는 젊은 인재들의 업적을 공평하게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즉, 아직 평가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연구비도, 실험장치마저도 미국의 연구소와 차이가 있었다. 왜 그리 없는 것이 많은지…”(혼도 다스쿠·교토대 의학부장)라는 푸념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한 선배 과학자의 조언을 기대한다면 귀담아 들을 말이 많다. 아리마는 ‘논문 수만 늘리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무릅써서라도 논문을 많이 쓰라고 조언한다. ‘서투른 사냥꾼이라도 계속해서 총을 쏘다 보면 더러 맞기 마련’이라는 것. 도쿄대 우주소립자연구소 소장인 도쓰카 요지는 일선 실험연구자에게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좋은 주제 선정, 둘째는 좋은 장비 만들기, 셋째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분야 연구하기’.
로봇 전문가인 다치 스스무(도쿄대 교수)는 ‘기초실력과 정열을 모두 갖춰야 훌륭한 과학자가 된다’고 말한다. 단 여기서 말하는 기초실력에는 심리학 등 ‘인간학’의 실력도 포함된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의 충고도 비슷하다. ‘연구에는 지성뿐 아니라 감성도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인문사회과학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폭넓은 교양과 원리원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연구는 싱그럽게 그리고 단순 명쾌하게, 이것이 나의 지론이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