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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주호성, 장성원부자 '장나라 아빠-오빠'벗고 내이름 찾을 터

입력 | 2002-12-29 17:35:00

자식에 대한 칭찬에 기쁘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주호성씨(왼쪽)도 ‘아들이 잘생겼다’고 하자 “아이구, 감사합니다. 우리 애가 마스크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죠“ 하며 흐뭇해했다.권주훈기자kjh@donga.com


“와! 장나라 아빠닷!” “장나라 오빠네.”

주호성씨(52·본명 장영교)와 아들 장성원(26)이 30일부터 연극 ‘투란도트’가 공연되는 대학로 문예진흥회관 대극장 앞에 나타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신의 이름 대신 ‘장나라 아빠’ ‘장나라 오빠’로 불리는 두 사람. 하지만 데뷔 당시 장나라는 ‘주호성의 딸’로 소개됐을 만큼 아버지 주씨는 연극계에서는 잘 알려진 중진 배우이자 연출가다.

장성원 역시 1995년 MBC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용의 눈물’(효령대군 역)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동생보다 먼저 데뷔한 연예계 선배.

‘장나라 아빠와 오빠가 함께 나오는 연극’이라는 일반인들의 화제거리를 넘어 ‘투란도트’는 배우인 두 사람에게 의미있는 작품이다. 주씨는 89년 ‘게산’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서는 작품. 주씨는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마음이 푸근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성원에게는 연극 데뷔작이자 첫 주연작이다.

30여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대작 ‘투란도트’는 오페라 ‘투란도트’와 한국의 거타지 설화를 섞은 창작극. 적대국 관계에 있는 왕자와 공주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렸다. 주씨와 아들은 각각 적대국의 대왕과 왕자를 맡았다.

장성원은 “조언을 듣고 싶은데 연습할 때 아니면 아버지 얼굴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나와 대본을 연습하면 ‘주호성의 연기’가 나올까봐 혼자 답을 찾도록 일부러 모른체 한 것”이라고 말했다.

13년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주호성씨(왼 쪽)과 아들 장성원.사진제공 극단 반도

부자(父子)관계가 아닌, 연극 선후배로서 상대방은 어떨까.

“한마디로 끝내준다, 죠. 솔직히 어릴 때는 아버지가 연극배우라는 것에 불만도 있었어요. 집안이 어려웠거든요. 하지만 연극을 보고 나면 늘 할 말이 없었어요. 무대 위의 아버지는 정말 훌륭했으니까.” (아들)

“감수성이 풍부하고 섬세하죠. 집념도 강하고 연기에 대한 심지가 굳어요.”(아버지)

대한민국에서 ‘인기 짱’인 ‘나라 짱’을 딸과 여동생으로 둔 두 사람에게 이번 연극은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 ‘장나라 아빠’가 되면서 다들 내가 나라만 쫓아다니고있는 줄 알데요. 문득, 저를 다시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배우라면 누구나 연기자의 자존심이 있죠.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싶은. 저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러실 거예요.” (아들)

장성원은 동생에 대한 고마움도 내비쳤다.

“나라 덕분에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생기셨죠. 사실, 제가 해야 할 일인데…. 제가 못한 일, 어쩌면 앞으로 못할 지도 모를 일을 동생이 해줘서 고맙지요.”

주씨는 “나이가 들면 부모는 무엇보다 자식 걱정이죠. 그런데 저는 장나라라는 딸이 이만큼 성공을 거뒀고, 이제는 아들과 함께 연극을 할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1,2년내로 주호성, 장성원, 장나라가 함께 서는 연극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30일∼내년 1월 9일까지. 02-764-876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