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이 걸린 환자의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 생긴 붉은 반점과 물집. 대상포진의 주된 증세로 심한 가슴통증이나 허리통증이 나타난다.
“허리병인 줄 알고 물리치료까지 받았는데….”
경기 김포시에 사는 양모씨(48·여·주부)는 얼마 전 허리와 골반 쪽에 칼로 도려 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허리병이 있던 양씨는 디스크가 심해진 줄 알고 신경외과 의사를 찾아 간단한 약처방과 물리치료를 3일 동안 받았다. 그러나 통증은 하루 수 십차례나 계속됐고 3일 밤 동안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 3일이 지난 뒤 허리 통증이 있는 부위에 갑자기 물집이 생기자 큰 병원 피부과를 찾게 됐고 담당의사로부터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양씨처럼 피부병의 일종인 ‘대상포진’을 신경통이나 디스크로 잘못 알고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을 찾는 경우가 많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김계정 교수는 2년 동안 대상포진으로 진단받은 환자 1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의 환자가 처음에는 심한 ‘가슴통증’이나 ‘허리통증’ 증세를 보여 ‘담결림’이나 ‘디스크’를 의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왜 생기나〓대상포진은 어린이에게 수두를 일으키는 ‘바리셀라 조스터’라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환으로 40대 이상에게서 인체 면역이 떨어진 경우 잘 생긴다.
즉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수두가 치료된 뒤에도 살아남아 인체의 신경다발인 ‘척수’ 속에 오랜 기간 숨어있다 인체의 면역이 떨어지면 활성화하면서 ‘신경’에 침투해 각종 증세를 일으킨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자나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등에게서 잘 생기며 젊은 사람도 과로 스트레스 등을 많이 받으면 생긴다.
▽증상〓몸의 한쪽 부위에서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이 때 생기는 통증은 아기를 낳는 통증과 비슷하다. 너무 아파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배가 아프거나 팔 다리가 저리며 근육통을 호소한다. 처음엔 피부에 물집이 나타나지 않아 피부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 검사를 받으며 며칠을 그냥 보내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환자의 60%가 증세가 나타난 뒤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3일이 걸렸다”며 “통증 부위에 붉은 반점이나 띠모양의 물집이 나타나려면 3∼5일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부에 물집이 생긴 뒤 1주일이 지나면 딱지가 생긴 뒤 낫게 되는데 흉터가 남는 경우도 있다. 이 병은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인체 부위에 따라 합병증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얼굴 주위에 생기면 얼굴 한쪽이 마비되기도 하며 눈 주위에 물집이 생기면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 골반 부위에 생기면 방광 부위 신경을 파괴해 소변을 보는 것이 힘들 수도 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합병증은 치료가 된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연세대 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는 “환자의 10% 정도에서 통증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며 60세 이상의 환자 73%는 8주 넘게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치료와 예방〓병원에선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1주일 정도 투여해 몸 속에 활동 중인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다. 대상포진은 통증이 심하기 때문에 진통제를 사용하거나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에서 ‘신경차단요법’을 통해 통증을 감소시키며 항우울제를 병용해 투여하기도 한다. 특히 신경차단요법을 사용하면 대상포진 물집이 빨리 아무는데 도움을 준다.
항생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로 염증을 줄이며 물집이 생긴 부위에 냉습포를 사용하거나 건조한 거즈를 덮어 물집이 생긴 피부를 보호하기도 한다.
환자 5명 중 1명은 입원해서 치료를 받으며 피부에 물집이 발생한 지 3∼5일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대부분 낫는다. 그러나 치료 시작이 늦거나 고령 또는 암환자의 경우 치료가 힘들어 한 달에서 1년 정도 치료받기도 한다. 이 때는 대부분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후유증으로 통증 치료가 대부분이다.
대상포진 환자와 접촉했다고 이 병이 전염되지는 않지만 이 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거나 면역억제제를 투약받은 사람은 되도록 대상포진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좋다.
서울대 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김용철 교수는 “대상포진 환자는 발병 전 심한 스트레스나 무절제한 생활을 통해 몸의 저항력이 약해진 경우가 많다”며 “몸을 지나치게 혹사시키는 무리한 일을 하는 것은 피해야 된다”고 말했다.
대상포진은 한 번 발생했다고 면역이 생기는 것이 아니며 다시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재발률은 0.1∼1% 정도로 낮은 편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