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언론사 여기자인 K씨는 지난 여름 임신 8개월에 딸을 낳았다. 태어난 아기는 1500g의 미숙아. 한 달 반 정도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미숙아는 신생아로서 최소한인 2500g의 체중에 미달할 뿐 아니라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심장 폐 소화기관 등 각종 장기가 제대로 자라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의료진의 세심한 관찰 하에 인큐베이터에서 키워야 했다. 출생체중 600g 정도의 초(超)미숙아를 인큐베이터에서 정상적인 아기로 키울 수 있는 것도 의료기술의 발달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큐베이터는 태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는 것과 거의 같게 인공적으로 환경을 만든, 말하자면 인공자궁이라 할 수 있다. 이 안에서 태아는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으면서 영양을 공급받아 정상적인 아기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인큐베이터가 생명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어머니의 자궁과 같을 수는 없다. 따라서 초미숙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는 동안 여러 번의 위험한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어머니가 건강하게 10개월의 임신주기를 잘 유지했다가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것이다.
미숙아가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원인 중 하나가 흡연이다. 앞의 K기자도 평소 담배를 자주 피웠고 임신 중에도 끊지 못했다고 한다. 임신 중에 담배를 피우면 자연유산, 조산, 신생아의 저체중 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태어난 후에도 행동장애가 발생하는 일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의 연구보고로는 덴마크의 라르센 박사가 임신 중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은 25명의 여성과 하루 5∼10개비의 담배를 피운 15명, 11∼20개비를 피운 16명, 20개비 이상을 피운 11명을 출산 때까지 지켜본 결과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낳은 아기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 낳은 아기에 비해 모두 체중과 신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담배를 많이 피운 여성일수록 신생아의 체중은 더 떨어졌다. 이 밖에 임신부의 흡연 양에 비례해 아이는 출생 10년 뒤에도 면역체계에 이상이 초래되고 중이염, 천식 등을 앓는다는 연구보고도 나오고 있다.
8월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20세 이상 성인의 흡연율은 60.5%로 지난해의 69.9%에 비해 9.4%가 줄었다. 정부와 금연단체의 적극적인 금연운동과 폐암으로 사망한 이주일씨의 금연 권유에 영향을 받은 덕인지 160만명이 금연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 흡연율은 지난해 3.1%에서 올해 6.0%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모태건강에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금연 실패의 원인으로 니코틴금단 증상에 의한 스트레스가 꼽히지만 여성들은 생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남성보다 담배를 끊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담배를 피우는 여성이 멋있게 보이던 시대는 갔다. 여성 자신의 건강을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이어갈 건강한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담배는 끊어야 한다. 새해를 앞두고 여성들이여, 담배를 끊어 니코틴의 마수(魔手)에서 해방되자. 남성들이 금연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철 연세대 의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교수·소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