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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아이템]뉴질랜드서 꽃을 가르치는 남자 김종욱

입력 | 2003-01-02 17:23:00

플로리스트 김종욱씨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삼성제일빌딩 내 자신의 플라워숍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씨는 2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에 플라워스쿨을 연다./신석교기자


‘존스플라워 & 오차드’(www.johns.co.kr)의 김종욱 실장(32)은 2월 초 뉴질랜드 오클랜드시에 플라워 스쿨을 연다. ‘존스플라워’는 현재 서울 강남에서 성업 중인 유명 브랜드 꽃집 가운데 하나. 한국의 플로리스트가 해외에서 플라워스쿨을 열기는 처음이다. 학교 이름은 ‘알마 마르소 플로랄 디자인 스쿨’.

현재 모집 중인 ‘알마 마르소’ 1기생 정원은 15명이다. 2월6일∼3월5일 4주 과정으로 진행되며 올 1년간은 한국인만 모집한다. 매년 총 6기를 운영할 예정이다.

“고급 꽃시장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는 중국과 일본 유학생들을 내년부터 모집하기 시작해 점차 국제학교로서의 면모를 다져갈 겁니다.”

플라워스쿨의 교실은 커스텀거리에 있는 리저브뱅크 빌딩 9층에 마련했다. 현지 유명 플라워숍에서 근무하는 뉴질랜드인 플로리스트 2명과 김 실장 본인이 강의에 나선다.

김 실장이 플라워스쿨을 굳이 뉴질랜드에 차린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 꽃 소비량이나 디자인 기술에 비춰본다면 스위스, 노르웨이, 네덜란드, 영국이 더 나은 입지죠. 하지만 학비 재료비 등 연수에 드는 비용이 너무 비쌉니다. 뉴질랜드의 장점은 꽃과 주변 장식물 등의 소재가 매우 싸다는 거예요. 남반구에 있으니 한국은 겨울이라도 뉴질랜드에 가면 싱싱한 꽃들을 접할 수 있고요.”

김 실장 자신도 국제적인 플라워스쿨 출신이다. 서울힐튼호텔 꽃집 등에서 일했던 김 실장은 99년 말 영국 런던 남부지방 서리(surrey)의 ‘콘스탄스 스프라이 플라워 스쿨’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의 꽃 전문잡지에서 소개한 기사 하나 달랑 오려 떠난 유학길이었다.

“100년 전통을 자랑하던 이 학교는 왕족의 결혼식 등 왕실 행사에 꽃을 공급하는 곳이었어요. 강사의 지시에 따라 꽃을 왕실에 보내는 날이면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긴장했었죠.”

유학을 마친 2000년에는 3개월간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독일의 유명 플라워스쿨과 디자이너를 직접 찾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학교 이름인 ‘알마 마르소’는 작고 아담한 패션숍들이 가득찬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 상업지구의 이름이다. 김 실장은 유학시절 이곳을 둘러보며 ‘가장 프랑스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김 실장 자신은 영국에서 공부했지만 “현재 세계 플라워 디자인 트렌드는 선(線)보다 면(面)을 중시하는 프랑스형이 대세”라고 말했다. 프랑스형 꽃다발은 핏빛 빨강색, 형광 노랑색, 녹황색 등 원색계 꽃을 조합해 짜임새 있게 한 다발로 묶어내는 것. 로맨틱한 이미지이며 누가 받아도 기분 좋은 상업성을 추구하는 컨셉트다. 김 실장은 이런 ‘프랑스식 꽃 디자인 마인드’가 맘에 들어 학교 이름도 파리의 지명으로 정했다고 했다.

“영국식 플라워 디자인에도 장점이 있습니다. 꽃의 원래 모습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자연주의’를 지향하고 꽃이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다는 거죠. 영국의 플로리스트들은 꽃을 가위로 자르지 않습니다. 칼로 잘라야 물관이 다치지 않고 물을 먹는 면적도 넓어지기 때문이죠. 해바라기처럼 줄기가 굵고 그 안에 끈적한 체액(라텍스)이 들어있는 식물은 끓는 물에 줄기 끝을 10∼30초간 넣어 데치세요. 데치면 꽃을 자를 때 체액이 굳어져 막힌 물관이 다시 뚫리거든요.”

‘알마 마르소’의 홈페이지(www.almamarceau.com)는 현재 영어로만 서비스된다. 항공비 재료비 4주간 체재비 등을 포함한 학비는 약 550만원. 수강생들은 모두 학교 인근 가정에 홈스테이할 예정이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