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단 1008명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태릉선수촌의 수용능력은 제2선수촌 건립의 당위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사진은 웨이트 훈련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대표선수들.동아일보 자료사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은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정책이든 시설이든 시대의 흐름과 팬들의 요구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새로 출범할 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스포츠계의 과제는 무엇일까. 한국 스포츠의 당면 과제를 5회로 나누어 제안한다.》
38년 역사의 태릉선수촌은 지금 포화상태다. ‘대표선수의 요람’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 올림픽 아시아경기 등 큰 대회를 앞두고는 예외없이 콩나물 시루를 이루고 훈련 순번을 정하느라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훈련이 될 리 없고 이 바람에 입촌을 꺼리는 경향까지 생겼다.
태릉은 그린벨트와 사적지, 군사보호구역의 3대 ‘악재’를 동시에 안고 있는 곳. 더 이상의 확장이 불가능하다. 최대 수용인원은 250명. 올림픽 대표선수단만 해도 보통 400명이 넘고 아시아경기 출전선수단은 700명 이상이다. 태릉선수촌 숙소와 훈련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고비용을 감수하며 촌외훈련을 하거나 해외전지훈련으로 때우는 경우도 잦다.
해발 1330m의 고지대에 위치, 육상과 스키, 사이클 선수 등의 심폐기능 강화와 지구력 향상을 위해 98년 6월 문을 연 태백분촌은 사실상 실패사례다. 35억여원을 들여 400m 우레탄 트랙 4개를 갖춘 운동장과 체력단련실, 물리치료실, 목욕탕, 오락실, 식당과 6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를 지었지만 훈련효과 등을 이유로 사용하는 선수단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스러운 점은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제2선수촌 유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 숙소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안까지 내놓았다. 대규모 선수들이 장기간 훈련하게 되면 지자체로서도 갖가지 부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
서귀포시는 지난 월드컵 때 지어놓기만 한 제주월드컵축구장 활용에도 기대를 거는 듯하다. 차제에 프로 스포츠단의 전지훈련을 유치해 제주도를 스포츠의 메카로 만들면 일본과 대만, 동남아국가의 전지훈련까지 유치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문제는 예산이다. 이윤재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200명 이상 수용규모의 숙소를 지을 경우 150억원 정도가 든다”며 “비좁은 태릉선수촌의 숨통을 트기 위해 올해 새 정부에 예산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 박종문 체육국장은 “그동안 안양, 진해, 진주와 태백에 선수들의 훈련시설을 마련했지만 대부분 실패작이었다. 제주에 제2선수촌을 건립하는 방안은 효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제주도 내 기존 숙박시설을 숙소로 쓰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선수들이 호텔 등의 들뜬 분위기에 젖을 경우 훈련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과거 촌외훈련을 했던 일부 종목 선수들이 말썽을 빚은 사례도 적지 않은 마당이다. 어차피 지어야 할 제2선수촌이다. 특히 내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둔 올해야말로 제2선수촌 건립의 적기라는 것이 체육계의 중론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