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 정복을 위해 탄자니아로 떠났던 3명의 장애인들이 1일 건강한 모습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킬리만자로 등반 당시의 모습. -연합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30일 탄자니아로 떠났던 장애인 3명이 정상 정복에 성공하고 새해 첫날인 1일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했다.(본보 2002년 12월 2일 A23면 보도)
하반신이 없는 뉴질랜드인 토니 크리스찬슨(41)과 양손 손가락이 없는 장애인 스키선수 김홍빈씨(39), 그리고 1급 시각장애인 김소영씨(32·여)는 해내고야 말았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물론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열흘간 해발 5895m의 키보봉(峰)을 오르는 일은 고통스러운 ‘지옥’ 그 자체였다. 고산 증세로 소영씨는 먹었던 식사를 모두 토하고 홍빈씨와 크리스찬슨씨 역시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이러다 죽는구나 싶었어요. 이게 내 한계인가 싶어 절망감에 사로잡혔죠.”
해발 4700m 지점에서 동료들을 남겨두고 1000m를 다시 내려와야 했던 소영씨는 이틀 동안 적응기를 가진 뒤 다시 등반에 나섰다. 체력적 한계 때문에 해발 5300m 지점까지 오를 수밖에 없었던 크리스찬슨씨는 “두 사람은 꼭 성공하라”며 끝까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드디어 21일 오후 4시 정상을 밟은 홍빈씨와 소영씨는 감격에 겨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홍빈씨는 “사람이 못하는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번 등반 기억은 앞으로 내 삶을 이끌어나갈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복에 실패했다는 사실에 마냥 미안해하기만 하던 크리스찬슨씨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며 “나에겐 도전 그 자체가 소중한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이렇게 실패하는 사람 덕분에 정상 정복의 어려움이 입증된 게 아니냐”며 익살을 떨어 사람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들은 정상까지 함께 오르며 줄곧 격려를 아끼지 않은 한국도로공사 산악팀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우리를 응원했던 많은 분들에게 ‘희망’이라는 새해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돼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