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7일, 종교단체 ‘라엘리안 무브먼트’ 산하의 인간복제회사 클로네이드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상 최초의 복제 아기 ‘이브’. 그 진위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인간복제시대의 도래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요즘,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소설 2편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독일 여성작가 샤를로테 케르너의 ‘블루프린트’(다른우리)는 복제인간이 자신에 대해 기록한 보고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모녀지간이자 세대 차를 둔 쌍둥이 자매인 이리스(Iris)와 시리(Siri)를 통해 인간복제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2001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온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 피아니스트 이리스는 자신과 똑같은 또 한명의 이리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은 복제딸 시리는 엄마가 세운 완벽한 교육프로그램을 따르며 평범한 유년시절을 포기하는데…. 점차 시리는 ‘잘못된 부화’의 결과로 자신을 인식하게 되고, 시리의 첫 번째 연주회는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만다.
“엄마는 복제딸을 통해 유리로 된 투명한 인간을 만들어냈어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꿰뚫어 볼 수 있고 설명될 수도 있으며 수수께끼가 전혀 없는 존재를 만들어낸 거예요. 엄마는 내게 어떤 미지의 삶이 아니라 엄마 자신의 삶을 선사한 거예요.”
양창국씨의 소설 ‘나는 누구인가 복제인간 T2’(전 2권·봄)에서 복제인간은 찍어내듯이 계속 만들어지고, 또 끝없이 폐기처분되는 ‘상품’이다.
나노기술 개발업체인 오성기업의 이태일 회장은 생명공학분야의 경쟁사인 미래전자의 기술을 매수하려다 소송에 휘말린다. 이 회장은 2년 동안 감옥에 대신 보낼 복제인간 태일을 만든다. 한편 복싱선수 강철도 자신의 복제인간 강철-1, 2, 3을 끊임없이 만들어내 대신 시합을 치르게 한다.복제인간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 ‘진짜’ 인간의 혼란과 함께 자아를 찾아 헤매는 복제인간의 갈등, 인간과 복제인간 사이의 윤리 문제가 소설 속에 자리잡고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