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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20년전으로 돌아가다…왜, 80년대인가?

입력 | 2003-01-02 18:54:00


어느 시기나 복고는 사라지지 않는 법. 대중문화에서 과거는 꾸준한 소비의 대상이다. 21세기 초반, 대중문화의 풍경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노스탤지어의 지향이 20년 전인 80년대에 맞춰져 있다는 것. 왜 하필 80년대일까?

●되살아난 80s

현재 상영중인 영화 ‘품행제로’에는 로라(롤러 스케이트)장과 교복 자율화, 나이키 신발 등 80년대를 상징하는 아이콘들이 가득하다. 이 영화에서 80년대의 정교한 복원은 그 시절을 겪은 30대에게나, 전혀 모르는 10대에게나 공통적인 웃음의 소재가 된다.

‘몽정기’ ‘남자, 태어나다’ ‘챔피언’ ‘해적, 디스코왕 되다’등 80년대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줄을 이은 지난해에 이어, 현재 제작중인 영화들 중에서도 80년대는 계속 되살아난다. 한석규 주연의 ‘이중간첩’은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이념과 체제가 다른 두 사회를 오가는 비극적 인물을 소재로 삼았고, 액션 멜로영화 ‘나비’는 80년대 초반 삼청교육대, ‘트위스트 김’은 80년대 말 카바레 제비족을 소재 삼아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들.

8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폭스 채널은 지난해부터 1984년을 배경으로 한 TV시트콤 ‘80년대 쇼(That ‘80s show)’를 방송하고, 80년대에 유행했던 ‘Members Only’ 태그가 붙은 재킷이 다시 유행을 탄다. 80년대의 스포츠 카 이름을 딴 ‘디로레안즈’밴드는 ‘듀란 듀란’등 80년대 밴드의 곡들을 리메이크 하고, www.awesome80s.com처럼 80년대의 복원에 바쳐진 웹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20년 단위로 순환하는 유행

대중문화가 일찍부터 만개한 미국에서는 70년대 중반에 50년대, 80년대에는 60년대의 스타일이 유행을 탔다. 이를 두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대중문화는 그 과실을 먹고 자란 향유자들이 성장해 추억을 다시 대중문화 상품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20년을 단위로 순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도 “현재 대중문화 생산자의 주류를 형성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자신들이 겪었던 80년대의 유치하고 반짝이는 대중문화의 풍경을 판타지의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성향 덕택에 80년대를 소재로 한 청춘영화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본다.

또 80년대 대중문화 자체가 상업적이며 ‘10대 문화’의 나이브한 속성을 갖고 있다는 특성이 현재의 대중문화와 잘 맞물리는 접점을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70년대까지 대중문화는 청바지와 통기타로 상징되는 대학생의 문화였지만, 80년대 교복 자율화 이후로는 10대 문화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나이키 신발의 유행이 상징하듯 옷과 신발에 대한 브랜드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고,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점이 10대들의 공간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다.

‘품행제로’의 조근식 감독(35)은 “음악을 봐도 60, 70년대의 히피, 헤비메탈 음악은 정치 의식 또는 시대성이 담겨 있지만, 마이클 잭슨, 마돈나가 대표하는 80년대의 음악은 상업성이 절정을 이루고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며 “그처럼 대중문화가 절정을 이룬 80년대를 매개로 현재 10대와 30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의 바탕이 마련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