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일 자신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참모들을 대거 정권인수위로 데려갔다. 참모들을 인수위에 총집결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노 당선자는 이날 이기명(李基明) 후원회장, 염동연(廉東淵) 선대위 정무특보, 이강철(李康哲) 조직특보를 자신의 정무특보에 준하는 자격으로 인수위 사무실에서 근무토록 했다.
그는 또 이광재(李光宰) 선대위 기획팀장, 안희정(安熙正) 정무팀장, 서갑원(徐甲源) 의전팀장, 윤태영(尹太瀛) 공보팀장 등도 현 직함으로 비서실에서 일하도록 하는 등 ‘386 참모들’도 중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기획조정분과위에서 일하게 된 배기찬 정책팀장 및 인수위 대변인실에서 언론을 담당하고 있는 김만수(金晩洙) 부대변인, 신용훈 행정관 등도 모두 노 당선자가 후보경선 캠프를 운영할 때부터 고락을 함께 해온 핵심 보좌진이다.
또 황이수(黃二秀) 선대위 기획팀 부국장과 이은희 정무2팀 비서, 여택수 수행비서, 문용욱 전 수행비서도 각각 당선자 비서진으로 선임해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호흡을 맞춰 나가도록 했다.
▽관심 끄는 386 참모들=노 당선자의 젊은 참모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노 당선자를 보좌해온 사람들이다. 특히 이광재 안희정 팀장은 각각 연세대 고려대 83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노무현 사단의 386세대 쌍두마차.
이 팀장은 89년 13대 의원 보좌관으로 출발해 지금까지 한솥밥을 먹고 있어 노 당선자의 심중을 헤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으로 꼽힌다. 안 팀장은 3당합당 거부 이후 시종 노 당선자와 함께 고락을 같이 해왔다. 민주당 경선 때부터 이 팀장은 기획 분야, 안 팀장은 정무와 총무 분야의 일을 해왔으며 ‘청와대 입성’ 1순위로 꼽힌다.
노 당선자의 일정 및 경호팀을 관리해 온 서갑원 팀장은 92년부터 노 당선자의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기택(李基澤) 전 통합민주당 총재의 보좌관 출신인 윤태영 팀장은 90년 초반부터 노 후보의 자서전 발간 등을 맡았고, 노 당선자의 각종 공식 비공식 연설문 작성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배기찬 팀장은 노 당선자의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정책자문관으로 일했으며 ‘노무현이 만난 링컨’ ‘노무현의 리더십이야기’ 등 노 당선자의 저서를 기획하기도 했으며 황이수 기획비서는 서울대 총학생회장 대행 출신으로 정보분석력과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만수 부대변인은 부천시의원 출신으로 선대위에서 노 당선자와 관련된 논평을 담당했다.
▽시니어 참모들은 누구?=연청 사무총장 출신인 염동연 특보는 93년 통합민주당 전당대회 때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한 노 당선자와 동교동계와의 연락업무를 맡으며 인연을 맺었다. 염 특보는 97년 대선이 끝난 뒤 “DJ 이후는 노무현이다”라며 노 당선자에게 대권 도전을 꾸준히 권유했고 2000년 노 당선자의 요청으로 캠프에 합류했다.
이강철 특보는 90년 3당 합당을 거부한 뒤 노 당선자와 함께 정치행보를 같이해온 동지적 관계. 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운동권 출신이며 “인생의 절반을 노무현에게 걸었다”고 할 정도로 노 당선자와 각별한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사람은 노 당선자의 인재풀 운용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될 것으로 보인다.
이기명 특보는 15년째 노 당선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으며 노 당선자가 ‘형님’으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 ‘김삿갓 북한 방랑기’로 유명한 방송작가 출신. 88년 노 당선자의 KBS 노동조합 초청 강연에 감명을 받아 인연을 맺었다.
▽엇갈리는 평가=노 당선자 비서실에는 이 밖에도 상당수의 경선캠프 인력들이 가세했다. 노 당선자가 오랫동안 이들의 능력과 성실성을 직접 평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기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 당선자가 인수위에 정치인들을 배제한다고 해놓고 측근들을 대거 기용한 데 대해 너무 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염동연 특보와 안희정 팀장은 대선 투표일 직전 한나라당이 나라종금으로부터 각각 5000만원과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삼았던 인사들이어서 논란도 예고된다.
노 당선자는 지난해 12월27일 민주당 선대위 연수회에서 자신의 측근들에 대해 “능력이 충분히 검증됐고 분명한 역사의식과 책임감을 갖춘 사람들이다”라며 “(기용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