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김종철·김태언 옮김/245쪽/8000원/녹색평론사
우리 마을 라다크에 대한 소개를 할까요. 라다크는 히말라야 고원 서부에 자리잡은 작은 마을입니다. 정치적으로는 인도의 끝자락에 속하지만 문화는 티베트 쪽에 가깝지요.
라다크가 ‘고갯길이 있는 땅’이라는 뜻의 티베트 말 ‘라다그스’에서 나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땅의 이름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전통입니다.
스웨덴에서 태어난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여사가 우리와 16년간 살면서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면서 라다크는 유명해졌지요. 헬레나 여사가 책을 쓴 것은 92년, 한국에는 96년에 번역됐지요. 한국에서 이 책은 요즘도 매달 1000부씩 팔려나갑니다. 환경과 민속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할 책이 됐다나요. 대학의 과제물로 선정되기도 한다는군요.
헬레나 여사는 처음에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답니다. 1000년이 넘도록 우리에게는 변화가 없었다나요. 하지만 어째서 변화가 필요한 거죠? 늘 즐겁고 행복한데. 우리는 1년에 4개월을 일하고 8개월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잔치를 즐깁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난하다고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런데, 도대체 가난이란 게 뭔가요.
우리는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죠. 집도 짓고 신께 기도도 드리지요. 일을 하는 게 싫다는 말은 이해할 수가 없군요. 하고 싶을 때 하면 그만 아닌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기 시작했어요. 우리에게 전해준 것은 그들의 ‘문명’과 ‘개발’이었죠. 관광객들은 돈을 썼고, 그 돈은 행복한 삶을 약속한다고 말했어요.
이상하군요. 없던 돈이 생긴다면 우리 모두 부자가 됐어야 하는데, 실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어요. 전에는 아무도 가난이라는 것을 몰랐는데 지금은 라다크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리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예전의 라다크에서는 모두가 노래하고 춤을 췄어요. 하지만 지금은 남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돈을 주고 보는 처지가 됐죠. 과연 그들이 우리에게 행복을 전해준 것일까요.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의 행복이죠?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