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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무너지는 여성 진입 장벽

입력 | 2003-01-03 18:15:00

이인영


배꼽잡는 일본 영화 ‘으랏차차 스모부’를 보면 마사코라는 여자 스모 선수가 나온다. 스모를 하는 남자 친구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대학 스모팀에 입단해 남자 선수들과 힘 겨루기까지 한다는 줄거리다.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스모에서는 여자가 모래판에 오르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스모에서도 조만간 남녀 대결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금녀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여성 파워’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종목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금녀의 문’을 두드린 선구자로는 메이저리그 첫 여자선수로 남아 있는 리지 머피가 꼽힌다. 머피는 정식경기는 아니었어도 1922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아메리칸리그 올스타팀 1루수로 뛰었다.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남장을 한 경우도 있었다. 캐스린 존슨은 1950년 12세 때 남자로 변장을 하고 리틀리그 야구선수로 2주동안 뛰다 코치에 들켜 쫓겨났다. 왼손잡이 투수 일라 보더스는 94년 남캘리포니아대 소속으로 사상 첫 대학 경기에 등판한데 이어 98년에는 마이너리그에 처음으로 입성했다.

올해로 107회를 맞는 유서 깊은 보스턴마라톤에 여자 건각이 출전한 것은 1967년. 캐서린 스위처는 K.V 스위처라는 남자이름으로 속여 레이스를 나섰고 경기 도중 여자인 것이 발각됐지만 친구들의 도움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기록은 4시간20분.

안향미

농구에서는 1986년 미국농구리그(USBL) 스프링필드에서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로코트를 밟은 뒤 1988년까지 뛴 낸시 리버만이 처음. 보디체크가 심한 아이스하키에서도 1992년 매넌 류메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탬바베이 라이트닝 소속으로 세인트루이스 블루스와의 시범경기에서 출전, 첫 여자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거친 주먹이 오가는 복싱도 예외가 아니다. 20세기 복싱 헤비급을 풍미했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딸인 라일라 알리와 재클린 프레이저 라이드는 2년 전 세계의 주목 속에 여자프로복싱 맞대결을 가졌다. 지난 연말에는 뉴멕시코대의 케이티 나이더가 미국대학프로풋볼 1부리그인 ‘디비전-A’에 여자선수로는 처음 출전했다.

올 여름에는 미국PGA투어에 최초로 여자 골퍼가 등장한다. 두 딸의 엄마인 수지 웨일리(35)가 그 주인공. 웨일리는 지난해 미국PGA투어 섹션 챔피언십에서 여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우승하며 올 7월 캐넌 그레이터 하트포드오픈 출전권을 따냈다.

국내 스포츠에서 ‘우먼파워’의 대명사는 야구 선수 안향미가 꼽힌다. 리틀 야구 출신의 안향미는 덕수정보고 졸업반이던 99년 대통령배대회에 선발등판, 남자 선수들과 성대결을 펼쳤다. 1905년 국내에 야구가 도입된 이래 전국 공식경기에서 여고생 선수가 등판한 것은 이 때가 처음. 하지만 안향미는 고교 졸업 후 대학진학에 실패했고 프로 입단 테스트에서 탈락, 아쉽게 국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격투기인 복싱에서는 97년 국내 첫 여자 아마권투선수가 탄생했고 2000년에는 한국 프로복싱사상 처음으로 공식 여자경기가 열렸다. 지난 연말에는 이인영이 초대 여자프로복싱 챔피언에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여자 레슬링도 9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남자 선수의 5% 정도인 80여명의 등록선수가 나왔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男女有別’… 여성 근력-심폐기능 열세 같은 조건에선 맞대결 벅차

스포츠에서 여성 상위 시대는 가능할까.

‘우먼파워’가 거세지면서 언젠가 여자선수가 남자와의 성대결에서도 승리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왕년의 테니스스타 빌리 진 킹은 3만여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보비 릭스와 성대결을 펼쳐 승리하기도 했으며 최근엔 여자 복서가 남자 복서를 매트에 눕혔다는 뉴스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운동생리학자들은 남녀가 분명히 유별하다고 말한다. 여자 선수는 남자보다 근력과 파워가 떨어져 똑같은 조건에서는 이길 수 없다는 것. 여자의 근력은 보통 남자의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종목에서 여자 국가대표팀은 남자 고교팀과 연습경기를 해도 벅찬 정도. 특히 지구 중력과 맞서야하는 높이뛰기, 폭발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역도 같은 종목에서는 절대 열세라는 평가다. 양궁과 사격 같은 기록 종목도 마찬가지. 힘을 덜 쓰는 종목이기는 하지만 활이나 총의 무게를 견디는 체력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

체육과학연구원 이종각 박사는 “체지방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지구력이나 부력이 요구되는 수영 또는 50Km 이상의 육상 초장거리 종목에서 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한국체대 오재근 교수도 “여자선수는 심폐기능이 떨어지고 적혈구 수가 남자보다 15% 적어 유산소 기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업배구팀 남녀 체력비교남자구분여자17.6Cm유연성19.9Cm113%무릎신전(펴는)근력85%57%무릎굴곡(굽히는)근력45%45Kg악력29Kg1650파운드허리신전근력1439파운드68ml/kg/분최대산소섭취량39ml/kg/분18%체지방24%자료제공:삼성 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