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정권의 핵심 정책을 주도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시민단체 출신의 진보성향 학자들이 대거 포진해 ‘노무현 개혁 프로그램’ 입안 과정에서 비정부기구(NGO)의 입김이 거세질 전망이다. 또 분과위원들도 그동안 학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많은 데다 분배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아 자칫 균형감을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민단체 출신이 주류=본보가 인수위원과 산하 전문위원들의 경력사항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문위원 이상 고위급 인사 55명 중 10명이 시민단체 및 노조 출신으로 이들 단체에서 오랫동안 핵심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노 당선자 정책자문단의 좌장 격인 김병준(金秉準·국민대 행정대학원장) 정무분과 간사는 1995년부터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을 맡아왔다. 이은영(李銀榮·한국외국어대 법대학장) 정무분과 위원은 참여연대 맑은 사회 만들기 본부장을, 정윤재(鄭允在·민주당 부산 사상구지구당 위원장) 정무분과 전문위원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국화물운송노조 교육홍보부장 등을 지냈다. 김창수(金昌洙) 외교통일안보분과 전문위원은 현재 민화협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대기업 정책을 주도할 경제분과위에도 시민단체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재벌개혁을 주창하는 김대환(金大煥·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2분과 간사는 94년부터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지냈고 98년부터는 참여연대 청문회 감시단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는 한국노총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경제분과 전문위원으로 위촉된 고려대 장하성(張夏成·경영학)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으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액주주운동을 주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인수위에서는 장 교수 영입을 재촉하고 있으나 본인은 시민단체 활동에 주력하고 싶다며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정태인(鄭泰仁·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 경제1분과 위원은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정책전문가연대회의 회원으로, 김인식(金仁植·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 경제2분과 전문위원은 WTO 국민연대 사무총장을 맡아 이른바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에 맞서왔다. 허성관(許成寬·동아대 교수) 경제1분과 위원도 부산 경실련 납세자운동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회문화여성분과에도 양대 노총 출신들이 포진해 있어 노 당선자의 ‘친근로자 정책’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김영대(金榮大) 위원은 청계피복 노조에서 활동하다 98년부터 민노총 부위원장을 맡았고, 대선 직전 유시민(柳時敏)씨가 이끄는 개혁국민정당 사무총장을 맡았었다. 현기환(玄伎煥) 전문위원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이다.
▽재계 우려 목소리=재야 출신인사들의 대거 기용은 노무현 정부 초반 국정 운영과 정책 기조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라는 것이 중평이다. 빠르면 4일 발표될 2차 인수위 인선에도 이런 성향의 인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인수위원들이 진보성향 인물들로 채워져 있어 재계의 목소리를 전달할 마땅한 창구를 찾을 수 없다”며 감시와 비판에 치중한 시민단체 출신의 인수위 포진으로 균형 감각이 상실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인수위 간사, 위원, 전문위원 중 시민단체 및 노조 관련 인사(3일 현재)분과이름시민단체, 또는 노조 경력정무분과김병준(간사)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이은영(분과위원)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 본부장정윤재(전문위원)전국화물운송노조 교육홍보부장 역임김창수(전문위원)민화협 정책실장외교통일안보분과경제1분과허성관(분과위원)부산 경실련 납세자운동본부장정태인(분과위원)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대안정책전문가연대회의 회원경제2분과김대환(간사)참여연대 정책위원장, 한국노총 자문위원김인식(전문위원)WTO 국민연대 사무총장장하성(전문위원· 예정)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사회문화여성분과김영대(분과위원)민노총 부위원장 역임현기환(전문위원)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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