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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민요 뿌리 찾아 보급나선 명창 정은하씨

입력 | 2003-01-03 19:00:00


“투박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사람들의 말이 만들어 낸 ‘소리’인 영남민요는 경상도 사람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영남민요보존회와 후원회를 만들어 경상도 지방의 향토성 짙고 토속적인 민요를 캐내 이를 다듬어 보급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명창(名唱) 정은하(鄭殷河·46·사진)씨.

그는 “사라져 가는 영남민요들을 찾아내 다듬어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고장 민요가 경기민요와는 다른 맛을 간직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면서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경기민요가 선율과 음계구성이 다양하고 세련되게 다음어진 노래라면 영남민요는 시김새와 꾸밈음이 단조로워 힘차면서도 부드럽고, 강하면서도 유려한 특성을 갖고 있는 노래”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영남민요는 우리고장의 사투리와 일상생활어로 만들어진 노래여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등 대중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라고 꼽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그동안 발굴한 영남민요 발표회를 갖고 ‘쟁피 훑는 소리’ ‘영남 회심곡’ ‘영덕방아타령’ ‘옹헤야’ 등 신곡과 ‘알강달강’ ‘꽃노래’ ‘나물노래’ ‘시집살이’ ‘모심기 소리’ 등 정감 넘치는 민요들을 소개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이름없는 들꽃’같은 ‘영남의 전래 민요’가 드문 것은 국악인들이 각 고장의 흩어져 있는 노래들을 체계적으로 가꾸는 일에 소홀히 하는 바람에 상당수가 말라죽어 버려 그 뿌리조차 찾기 힘들게 됐다”면서 “그나마 몇 꼭지가 전승된 것은 경기 명창이나 남도 명창들이 공연용으로 불러 겨우 명맥이 유지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남의 어린이들이 민요를 배워서 어린 시절부터 부르게 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교육대학생들과 현직교사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민요를 가르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영남민요의 밭을 갈고 씨를 부리고 거름을 주며 가꾸는 일은 단기간에 결실을 거두기 어려운 일”이라며 “어렵게 찾아낸 우리 고장의 민요가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퍼져 나가야 하는 만큼 일반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