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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표기자의 메트로 스케치]'광진교' 건설현장을 가다

입력 | 2003-01-03 19:34:00

광진교 건설현장사무소의 고광조 소장과 김희창 감리단장, 하범용 공사과장(왼쪽부터)이 광진교 북단의 발코니형 전망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망대의 난간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 김동주기자


“한강 다리에서, 그것도 발코니 같이 멋진 전망대에서 한강을 내려다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건 한국의 교량 건설사(史)에 있어 하나의 혁명입니다.”

2일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서울 한강의 광진교(광진구 광장동 광장사거리∼천호동 광진사거리·1056m) 건설 현장. 고광조(高光朝) 현장소장의 광진교 자랑에 겨울 추위가 무색해진다.

국내 최초의 인간 중심 교량인 광진교. 보행자 전용 인도와 발코니형 전망대, 한강 둔치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가 있는 낭만적인 한강 다리다. 원래 광나루가 있었던 데다 북쪽으로는 아차산의 고구려 요새가 있고, 남쪽으로는 암사동 선사유적이 있어 주변 분위기도 매력적이다.

광진교의 압권은 인도 밖으로 튀어나온 발코니형 전망대. 좌우로 3개씩 모두 6개의 전망대가 생긴다. 현재는 콘크리트 구조물만 만들어진 상태. 길이 12.45m, 폭 3m의 반(半)타원형이고 특수강화유리로 1.1m 높이의 난간이 설치된다.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니지만 조감도를 보면 경치 좋은 바닷가의 호텔 발코니를 연상시킨다.

또 전망대 바닥엔 나무를 깔아 인간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분위기로 꾸민다. 테이블과 의자 등을 비치해 시민들이 편안하게 한강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전망대의 난간 쪽이 교량 쪽보다 50㎝ 정도 밑으로 파였다는 사실. 안쪽이 밑으로 쑥 들어간 모양이다. 이유를 묻자 김희창(金熙昌) 감리단장은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공연장도 뒤쪽이 높고 무대 쪽이 낮지 않느냐”며 “고급스럽고 미적인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교량 남북 두 곳에 한강둔치로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도 만들어진다. 완만한 경사도(12도)를 유지하기 위해 달팽이 모양으로 만든다. 이곳에 광나루가 있었다는 역사적 특성을 감안해 교량 난간 역시 노 모양으로 장식했다.

1997년 3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공사가 늦어져 현재는 콘크리트 구조물만 완성된 상태. 그러나 이제부터 속도가 빨라져 10월 말이면 다리가 개통된다. 40여명의 엔지니어와 현장 인부들은 바닥 포장과 난간 설치 등 마무리 공사에 여념이 없다.

개통 후 2년 동안은 현재 4차로를 차도로 이용하고 2005년 말부터 4차로 중 2차로가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뀌게 된다.

자칭 ‘토목쟁이’인 김 단장과 고 소장의 이구동성. “그때는 아마 광진교에서 한바탕 문화축제가 열릴 겁니다. 암사동 선사유적지도 가고 아차산에 올라 고구려의 기상도 느끼고….”

광진교는 분명 인간과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한강의 명물이 될 것이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