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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故최성연 선생 '개항과 양관역정' 새로 발간

입력 | 2003-01-03 23:12:00


‘응봉산 남서쪽 양지 바른 곳에 항구를 굽어보며 쪼그리고 앉은 제물포구락부는 1901년 6월 건축됐다. 독일 미국 영국 러시아 등 구라파인과 소수 중국인, 일본인들의 친목을 돕는 사교장으로…’

1983년 인천항의강제 개항 이후 1950년대까지 인천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서양식 건물과 함께 인천 약사를 서술한 ‘개항(開港)과 양관역정(洋館歷程)’이 새로 손질돼 출간됐다.

이 책은 향토사학자인 고(故) 최성연(1914∼2000년) 선생이 일일이 건물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도면을 구해 가로 19㎝, 세로 21㎝ 크기의 양장본(210쪽) 형태로 1959년에 펴냈다.

문화시민단체인 해반문화사랑회(이사장 이흥우)는 한자와 고어 등을 한글로 쉽게 풀어쓴 ‘윤문본’(231쪽)으로 새로 발간해 학교 도서관 등에 1500부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책은 1부 ‘인천의 개항과 그 발전 경로’, 2부 ‘화도진’ 등으로 나눠 인천의 개항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 뒤 3부에서 인천항 일대의 근대 건축물을 40여종으로 분류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건축물들은 국내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독일회사 세창양행 직원들의 사택(私宅·현 자유공원 맥아더장군 동상 자리)을 비롯해 서양식 대불호텔, 제물포 구락부, 홍예문, 미국 초대 공사인 앨런 박사의 저택, 영국 영사관, 우체사와 전보사 등이다.

이 가운데 제물포 구락부(현 인천문화원), 홍예문, 답동 성당 등 10여개만 남아있다.

해반문화사랑회 문상범 운영위원(연수고 교사)은 “1950년대 발간된 책 중에서 유일하게 인천의 건축물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 건축학도들의 필독서”라며 “청소년들에게도 널리 읽힐 수 있도록 한글로 쉽게 풀어썼다”고 말했다. 이 책은 건축물 사진과 도면 등도 함께 담고 있어 한국 근대 건축물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인 최 선생은 1955년 동아일보사 현상 문예공모를 통해 문단에 등단한 뒤 인천시사(市史)를 편찬하는 등 향토사학자로 활동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