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 탱크 한 대 남기지 않고 철수했던 주한미군은 6·25전쟁으로 한국군이 낙동강까지 밀릴 때 유엔의 결의에 따라 다시 한반도에 진주하며 참전했다.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가 동족인 김일성의 침략을 받자 이를 저지하고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미군의 한국참전은 반민족 반인륜의 죄를 범한 김일성이 초래한 것이다. 그 후에는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지금까지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6·25전쟁 당시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의 전쟁에 참전해 3만7000여명이 전사하고 12만2000여명이 부상하는 희생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자유를 보장하고 근대화를 이룩하게 하며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케 했으니 이보다 더 고마운 평화유지군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지난해 6월 미군 장갑차에 희생당한 여중생을 추모한다는 구실 아래 터져 나오는 반미운동과 미군 철수 주장은 심히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 이는 ‘한미공조보다 민족공조가 우선한다’며 남한이 김정일의 선군(先軍)정치를 지지 옹호하면서 반미투쟁에 동참해 줄 것을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직설적으로 요구하는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전선전술과 평화공세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마치 월남이 패망할 때 베트콩들이 남쪽의 국가 중요기관, 방송과 언론, 심지어 종교계에까지 침투해 연일 반미운동을 선동 전개함으로써 미 본토의 반전운동까지 불러일으켜 마침내 미군 철수→월남 패망→적화 통일로 이어진 과정이 우리나라에서 재연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미국은 “우리는 제국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국의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떠난다”고 공언해 왔다. 가깝게는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의 비민주성과 인권문제를 트집잡아 미군의 3단계 철수론을 발표하고 1차로 6000명을 철수시키려 했던 일화가 있다.
당시 야당 당수였던 본인은 즉각 신민당 대표단을 이끌고 도미해 카터 행정부와 의회 상하 양원 지도자, 그리고 언론계에 ‘우리 국민은 미군 철수를 절대 반대한다’는 야당 결의안을 제시하며 초당 외교를 펼쳤다. 그 결과 카터 대통령의 미군 철수안은 철회되고 철군한 미군이 다시 복귀한 사실은 역사의 기록으로 뚜렷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금 김대중 정권은 반미운동과 미군 철수 운동을 방치하고 있다. 세계의 언론들은 차가운 눈초리로 한반도를 바라보며 ‘소수의 소리’만을 키워 마치 한국민 전체가 미군을 떠나라고 하는 것 같이 보도하고 있다. 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미군 철수의 충분한 빌미를 주고 있다.
지금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경제가 악화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미군이 떠난다면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가 어찌 된다는 것은 20, 30대 젊은이들도 솔직히 알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는 것은 북한이요, 그에 놀아나는 극히 소수일 뿐이라는 사실을 미국 조야에 알려야 한다. 또한 야당이나 국회는 북한 핵문제뿐만 아니라 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우리의 확고한 입장을 전달하는 대미 설득 외교를 서둘러 한미공조의 든든한 틀을 다져야 한다.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상임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