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프리시네마
‘마들렌’은 스무살을 갓 넘긴 청춘 남녀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멜로 영화. 시시콜콜한 연애담보다 정반대의 취향을 가진 남녀가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비중있게 다뤘다.
희진(신민아)은 인생을 100m달리기처럼 전력질주하고 싶은 여자다. 중학시절부터 꿈꿔왔던 미용사가 되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술을 배워 미용사가 됐다. 두꺼운 책은 베개로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심심할 땐 컴퓨터 게임을 즐긴다. 관심있는 남자에겐 “섹스 해봤냐”고 서슴없이 묻는 솔직 발랄한 여자다.
지석(조인성)은 인생을 산책하듯 천천히 관조하고 싶은 남자다. 중학시절부터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서관의 온갖 책을 섭렵한다. 컴퓨터 게임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여자와 해보고 싶은 일 한 가지는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함께 타는 것이다.
중학교 동창이던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치고, “딱 한 달만 사귀어보자. 그리고 한 달 후엔 미련없이 헤어지자”는 희진의 제안에 연인이 된다. 그러나 희진이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방황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연속된다. 제목 ‘마들렌’은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의 유년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되는 빵 이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일본영화 ‘러브레터’에서 주인공의 어렸을 적 첫사랑의 비밀을 밝히는 단서가 되는 책이다. 특히 중학 시절의 회상 장면은 ‘러브레터’와 무척 비슷하다.
이밖에 주인공이 보내는 문자 메시지를 화면에 띄우는 것은 ‘고양이를 부탁해’와, 폴라로이드 사진에 대해 “세상에 한 장 밖에 없는 사진” 운운하는 것은 ‘접속’과, 비를 쫄딱 맞은 희진과 지석이 여관방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 어색해하는 것은 ‘번지점프를 하다’와 닮아있다. 모방의 연속으로 영화의 독창성은 사라지고 “자극적이지 않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는 진부해져버렸다.
그러나 서로 다른 남녀가 상대방을 알아가며 적응하는 과정은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 애인의 아이를 낳겠다고 우기는 희진을 끝까지 보살피는 지석의 순애보를 현실에서 만나기란 힘든 일임을 알면서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다만, 희진을 진정 사랑했다면 마땅히 한번은 거쳤을 법한 지석의 치열한 고민과 방황이 배제돼 아쉬움을 남긴다. 15세 이상 관람가. 10일 개봉.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