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컷에 담긴 길고 아름다운 드라마, 홀마크 카드
한 노인이 있었습니다. 남은 생애를 즐겁게 보내기엔 너무 외로운, 짝 잃은 노인이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한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돈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0.1캐럿짜리 다이아몬드도, 따뜻한 모피코트도 사 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예쁜 카드를 샀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담아 정성껏 한자 한자 또박또박 적었습니다.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노라고…. 드디어 그녀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어떻게요? 수줍음 가득한 채 홍조가 되어 있는 그의 두 뺨에 남겨진 붉은 립스틱 자국. 그의 진실한 마음에 감동한 그녀가 보낸 답장은 열렬한 두 번의 키스였습니다. 여러분, 보이시죠? 그가 지금 얼마나 가슴 설레고 흥분되어 있는지….
지금까지 설명드린 건, 홀마크 카드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수줍기 이를 데 없는 노인의 얼굴 위에 단 한 줄의 헤드라인만 적혀 있습니다. ‘Cards Work(카드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어떤 비싼 선물도 아닌 단 한 장의 진실한 카드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이렇게 단 한 컷의 사진과 한 줄의 카피로만 얘기하건만, 우리는 이 속에서 얼마나 길고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광고는 드라마라고 합니다. 광고가 드라마여야 하는 이유는 광고의 중심 속엔 인간의 본성인 욕망과 동경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욕망과 동경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뜨거운 가슴은 불타오르는 20대와 30대의 청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황혼을 이미 넘어선 칠순 노인의 가슴에서도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그러한 소비자의 ‘인사이트(insight)’를 놓치지 않는 약삭빠름. 그것이 광고입니다. 그래서 난 약삭빠른 홀마크 카드 광고가 좋습니다.
박혜란 부국장
LG애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