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가 은행 예금보다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런데 막상 종목을 고를 때면 이 사실을 까맣게 잊어먹는 투자자가 의외로 많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한 걱정이나 대비보다는 ‘이 종목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까’만을 생각한다.
주식은 무조건 수익을 보장해주는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안전하고 꾸준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얼마나 더 오를까’보다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내가 산 종목 주가는 얼마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최악을 먼저 생각하자〓2000년초 코스닥 주가 거품이 절정이었을 때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정보기술(IT) 관련 종목을 지금보다 수십배나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미래 성장에 대한 환상에 빠져 ‘회사가 망하면 주가가 얼마까지 빠질 수 있을까’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당시 대부분의 IT 기업들은 회사가 망하면 주주들이 투자한 돈을 한푼도 건질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보유 현금도 없는 데다 부동산도 많지 않았다. 큰돈을 받고 팔만한 강력한 브랜드도 없었다.
이런 회사 주식은 회사가 망하면 휴지조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설혹 망하지 않더라도 주가는 끝없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수십만원 하던 주가가 최근 1000원 정도까지 떨어진 종목이 수두룩하다. 종가 10원에 시장에서 퇴출된 회사도 적지 않다.
▽자산이 얼마인지 살피자〓자산이 많은 회사는 회사가 망해도 주주가 투자한 돈을 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500억원에 자산은 1000억원, 부채는 300억원인 회사가 지금 당장 망했다고 가정하자. 이 회사는 자산을 팔아 그 돈으로 부채를 갚고도 700억원이 남는다. 이 돈으로 주주들의 투자금액인 시가총액 500억원을 모두 물어줄 수 있다.
이런 회사는 최악의 상황이 와도, 즉 회사가 망해도 주주가 손해보지 않는다. 자산이 풍부한 회사의 주가가 하락장에서도 잘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이나 건물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이라면 더 든든하다.
에셋플러스투자자문 강방천 전무는 “‘기업은 잘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통하던 과거에는 기업의 청산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어느 기업이건 망할 수 있는 요즘 같은 환경에서는 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뒤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