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대우빌딩 3층에 자리잡은 CJ홈쇼핑 콜센터.
지난해말 이곳은 연말연시 선물철을 맞아 하루에 10만통에 이르는 상품 주문전화가 걸려왔다. 그런데도 전화 벨 소음이라곤 들을 수 없었다. 상담원 전원이 헤드셋 전화기를 사용해 전화가 걸려 와도 벨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는다.
▽수백명이 동시에 전화 받아=CJ홈쇼핑의 제1 콜센터인 이곳은 800명의 상담원이 동시에 주문전화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춰 단일 규모로는 한국 최대를 자랑한다. 1개층 대부분을 사용하는 탁 트인 실내 공간은 하루 24시간을 3교대로 근무하는 1200여명의 상담원을 위한 칸막이로 가득 차 있다. 대형TV가 실내 곳곳에 설치돼 있어 상담원들은 전화를 받는 동안 케이블TV 채널에서 어떤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우수고객전용라인 업무를 맡고 있는 상담원 윤수정씨(31)의 자리에 전화가 걸려오자 책상 위의 모니터 화면에 이를 알려주는 창이 자동으로 떴다. 전화를 걸어온 고객이 이전에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면 화면에는 해당 전화번호에 대한 고객의 이름과 주소가 나타나 신속하게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전화 빨리 받는 시설 갖춰=고객의 전화를 늦게 받거나 못 받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고객의 전화는 매출과 바로 연결되고 콜센터의 서비스에 따라 기업이미지도 좌우되기 때문. 이에 따라 고객의 전화를 1초라도 먼저 받기 위한 첨단화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CJ홈쇼핑 서울 콜센터에는 대용량 지능형 교환기 2대가 설치돼 있어 전화가 걸려오면 대기 중인 상담원을 찾아 자동으로 연결한다. 고객이 듣는 통화 연결음은 길어야 한 번 정도. 피크타임에 주문전화가 폭주하면 교환기가 통화량을 측정해 “지금부터 몇 분 뒤면 통화할 수 있다”는 안내를 내보낸다.
이 회사는 고객의 전화에 대한 응답속도를 높이기 위해 올 3월 업계 처음으로 ‘멀티사이트 최적 콜분배(BSR·Best Service Rout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각 지역 콜센터의 서비스망을 통합해 특정 지역에 전화가 몰리면 여유가 있는 다른 지역의 상담원을 찾아 연결하는 것. 이 회사 고객팀의 주정란 슈퍼바이저는 “이 덕분에 주문처리 시간이 줄어 고객 1명의 전화 주문을 받는 데 1∼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CRM 기법 활용은 기본=주문처리 과정에서는 다양한 고객관계관리(CRM) 기법도 활용된다. CJ홈쇼핑의 상담원들은 기존 거래정보를 통해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과 주소, 최근 산 물품, 반품 횟수까지 확인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많은 고객의 정보를 다루는 곳이다보니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 보안. 김상수 CJ홈쇼핑 정보전략팀 과장은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번호 등 고객의 중요정보는 상담원에게 일부만 보여주고 콜센터의 모든 통화 내용은 디지털로 녹음해 1년간 보관하는 등 겹겹의 보안장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