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 스포츠 최고의 트레이드는 80년대 말에 있었던 프로야구 롯데 최동원과 삼성 김시진의 맞교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바꾼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해서 실현되기까지 몇 달동안 이 대형 프로젝트의 가능성에 대한 기사로 스포츠면이 연일 뜨거웠다.
연말 연시 농구계의 최대 화제는 김영만(LG 세이커스)과 조성원(SK 나이츠)의 트레이드였다. 화제의 초점은 누가 더 장사를 잘 했는가하는 점이다. 지난 일요일 맞대결에서 LG는 단 1점차로 이겼다. 하지만 트레이드 결과는 서로에게 득이 되는 장사가 아니었나 싶다.
국내 프로농구는 유독 트레이드에 인색하다. 특히 대어급 선수들의 트레이드는 ‘가물에 콩 나듯’ 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우선 아직도 선수와 감독, 구단 사이의 인간적인 정이 이별을 막는다. 몇몇 감독들은 “저 선수는 내선수” “인간성이 너무 좋아요”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가장 뒤쳐진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우리 선수가 다른 팀에 가면 그 팀의 전력이 더 좋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피해의식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상대팀이 아니라 우리 팀이 얼마나 좋아지느냐를 따져야 하는데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바꿀 선수가 없어서,구단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이런 풍토 속에서 그나마 활발한 트레이드로 전력을 키워온 팀은 누가 뭐래도 LG일 것이다. 그들은 시즌 전 뿐 아니라 시즌 중에도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언제든지 트레이드를 시도하고 성사시킨다.
2년 전 현대(현 KCC)로부터 조성원을 받아들일 때도 주변을 놀라게 했다. LG는 이 트레이드로 그 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는 조성원을 보내고 김영만을 받아들여 우승을 꿈꾸고 있다. 특히 이번 트레이드는 팀에서 겉돌고 있는 김영만을 은근히 점찍어놓은 터에 SK 나이츠가 먼저 요청해 성사되었다니 LG로서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할까.
LG는 올 시즌 들어 박규현 송영진 김재훈등 벤치 멤버들이 좋아져 조성원의 출장시간이 짧아졌다. 그래서 이번 트레이드엔 조성원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으로 보내려는 배려도 숨어있다.
연고지인 창원 열성팬들이 잦은 트레이드에 대해 김인양 LG단장에게 “도대체 LG의 정체성이 뭐냐?”고 항의했다. 그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승리해서 팬 여러분을 열광시키는데 있다.”
아직도 몇몇 팀을 보면 아까운 재목들이 벤치를 지키고 있다. “제발 정을 끊고 그들을 일터로 보내주시오.”
한선교/방송인 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