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인 뮤지컬 ‘풋루스’. 33명의 출연진 중 주연을 비롯해 27명의 배역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사진제공 대중
《21세기 젊은이들의 인기직업으로 등장한 뮤지컬 배우, 영화 프로듀서, 출판 및 공연 기획자, 큐레이터가 되려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시작해야 할까? 문화 각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신세대는 느는 반면,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는 길잡이는 부족한 실정이다. 미래 한국 문화 각 분야에서 주역이 될, 꿈꾸는 10, 20대들을 위한 문화 지도자이자 문화 예술인들의 직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네 꿈을 펼쳐라’를 매주 1회 연재한다.》
뮤지컬 배우가 되는 지름길은? ‘오디션’이다. 예전에는 알음알음으로 배역을 맡기도 했지만 이제는 오디션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최근 막을 내린 ‘렌트’의 여주인공 미미 역에 더블 캐스팅됐던 정선아(19)는 오디션을 통해 데뷔한 예. 고1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던 정선아는 꾸준히 학원을 다니며 재즈 발레를 익혔다. 정선아는 “‘렌트’는 그동안 무대에 오를 때마다 놓치지 않고 봐왔기 때문에 내용과 모든 곡이 익숙해 오디션에서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평소에 뮤지컬을 많이 봐두고 춤은 꾸준히 배워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선아처럼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이 오디션에서 일약 주인공 역을 따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오디션 자격은 기존 배우나 ‘완전 초보’까지 누구나 가능하나 아무래도 주요 배역은 무대 경험이 있는 경력 배우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초짜’들은 대부분 코러스나 앙상블 멤버, 혹은 단역을 맡는다. 국내 최정상의 뮤지컬 스타 최정원도 1987년 오디션을 통해 뮤지컬 배우의 길을 시작했으나 처음 맡은 배역은 대사가 한마디뿐인 ‘6번 아가씨’였다.
오디션에서 요구하는 학력은 보통 고졸 이상이며 나이는 30세 이하가 대부분. 춤, 노래, 연기력을 위주로 심사하지만 춤과 노래의 비중이 연기보다 좀 더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
뮤지컬 제작사 ‘대중’의 조민 대표는 “흔히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춤, 노래, 연기’ 3박자를 고루 갖춰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작품마다 노래나 춤, 연기의 비중이 각기 다르므로 어중간하게 세 가지를 다 잘하는 것보다는 한 가지라도 확실한 특기를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굳이 대학의 뮤지컬 학과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학원에서 탭댄스나 재즈 발레 등을 꾸준히 익혀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운동선수들이 시합이 없는 날에도 운동연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뮤지컬 스타 남경주도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일찍부터 춤이나 노래, 연기를 다 배우려고 하다 보면 너무 힘들고 어렵게 느껴 되레 일찍 포기하게 된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좋은 배우의 토양을 갖추기 위해서는 감수성이 풍부한 청소년기에 문학이나 미술 등 한두 가지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깊이 공부해보라고 꼭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1년에 열리는 크고 작은 오디션은 10개 미만이다. 뮤지컬 공고는 프리챌의 ‘송앤드 댄스’(www.freechal.com/musical21)나 다음의 ‘웰컴 투 브로드웨이’(http://cafe.daum.net/broadway), ‘뮤즈’(http://cafe.daum.net.jazzlove)등 인터넷의 주요 뮤지컬 동호회 등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뮤지컬 배우들은 대부분 작품별로 계약을 하고 작품 연습에 들어가면서 개런티를 받는다. 뮤지컬 극단에 소속돼 있는 배우라고 해도 고정적인 월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런티는 공연 기간이나 횟수, 작품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보통 연습기간을 포함해 2, 3개월 공연을 기본으로 톱 스타급 주연은 작품당 1500만∼3000만원선으로 알려져 있다. 조연의 경우 A급 조연은 700만∼1500만원, B급 조연은 400만∼700만원, 단역은 200만∼400만원선이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