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에서도박의달인역을맡은이병헌. 실제로는 포커를 할 줄도 몰랐던 도박의 문외한이다. 사진제공 SBS
도박의 ‘초짜’ 이병헌이 도박의 달인 ‘타짜’가 됐다.
15일 시작하는 SBS 드라마 ‘올인’에서 전문 도박사 김인하 역을 맡은 이병헌은 군기가 바짝 든 초년병처럼 매서운 눈빛이었다. 즐거워도 화가 나도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포커 페이스’가 익숙해졌기 때문이란다. ‘올인’은 바둑 프로기사이자 도박사인 차민수의 삶을 그린 동명소설 ‘올인’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 역대 드라마 중 최고 제작비인 편당 2억 5000만원을 들여,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만든 SBS의 야심작이다.
“해병대에 다녀온 느낌이에요. 워낙 돈을 많이 들인 대작이라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사력을 다해 촬영에 임하고 있죠. 감독님 (유철용PD) 별명이 ‘사시미’에요. ‘컷!’을 하도 많이 한다고….(웃음) 얼마 전 미국 촬영 때도 고생을 많이 해서 이젠 어떤 일을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올인’ 제작진은 지난해 11월 28일∼12월 3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현지 촬영을 마쳤다. 카지노가 있는 호텔 측이 허락한 시간 안에 모든 장면을 찍기 위해 1분 1초를 아껴야 했다. 게다가 미국에서 찍은 분량의 95%는 이병헌이 출연하는 장면이어서 그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엔 못잤어요. 피로를 먹는 것으로 풀려고 했더니만 살이 4kg나 쪘네요. 그런데 살이 얼굴로는 안가고 온통 배로 가서 큰일이에요.”
미국 촬영 도중 겪었던 에피소드 한가지. 극 중 인하는 미국에 밀입국한 뒤 멕시코인 거주지역에서 주유소 점원 생활을 한다. 주유를 마치고 도주하는 멕시코 갱을 뒤쫓아가 격투를 벌이는 장면 촬영 도중, 그 지역의 진짜 멕시코 갱이 술에 취해 나타나 자신들을 엑스트라로 써달라고 우겨댄 것. 거절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해와 제작진들은 그들을 달래느라 애를 먹었다.
“아무 일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무서웠어요. 밤에 찍는 장면이었는데 그들을 돌려보내고 나니 해가 뜰 시간이 다 된 거예요. 불과 몇 분만에 촬영을 마치느라 진땀 뺐죠.”
이병헌은 이 드라마를 찍기 전 포커를 어떻게 치는 지도 전혀 몰랐다. 도박이라곤 명절 때 가족들과 재미삼아 고스톱 몇 번 쳐본 것이 전부.
“관심없는 소재에 흥미를 가지려니까 처음엔 힘이 들었어요. 아직도, 극 중 배역인 김인하라는 친구의 목덜미를 잡은 느낌, 완전히 배역의 캐릭터를 소화한 느낌은 오지 않네요. 도박이란 게 해보니까 그런 대로 재미는 있어요. 사람들이 왜 도박을 하는지 알 것도 같은데, 왜 밤을 새워 가며 하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웃음)”
도박판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담배. SBS는 11월 중순부터 모든 드라마에 흡연 장면을 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드라마는 9월 17일 촬영이 시작됐기 때문에 사전에 찍어놓은 분량에서 흡연 장면이 꽤 등장한다.
“편집에서 가능한 걸러내고 꼭 필요한 장면에는 자막을 통해 양해를 구하기로 했어요. 방송사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렇게까지 획일적으로 해야하는가에 약간 의문도 생기네요.”
그는 이 드라마에서 송혜교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다. 1970년생으로 삼십대 초입에 들어선 이병헌은 이제 촬영장에서 제법 연륜있는 선배로 통한다. “혜교씨가 나이가 어려서인지 쉽게 친해지지 않더라고요. 게다가 함께 찍는 첫 장면이 키스씬이어서 더 어색했죠. ‘우리 어색하지만 잘하자’고 했고 한 번에 OK 사인을 받았어요. 주위에서는 ‘마치 야수가 토끼를 잡아먹을 기세’였다고 하더군요.(웃음)”서귀포=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