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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블랙박스]방송3사 연기-가요대상 '그들만의 잔치'

입력 | 2003-01-06 19:05:00


지난 연말 KBS와 MBC의 가요대상 시상식은 신세대 가수 장나라가 휩쓸었다. 장나라는 가수로서도 좋은 자질을 갖고 있지만 연기자의 느낌이 더 강해 그녀의 가요대상 독식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가요대상이란 말 그대로 1년간 활동한 가수들 중 최고인 가수왕을 뽑는 것인데, 조용필, 신승훈, 김건모 등 쟁쟁한 가수들이 수상의 감격을 누리던 과거와는 달리 언제부터인가 인기 있는 청춘스타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SBS 가요대상도 10대 소녀가수 보아가 수상하면서 그야말로 신세대들만의 잔치가 돼 버렸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청소년들이 신세대 스타들에게 몰표를 주는 경향, 쇼 프로그램 시청률에 영향을 주는 인기 가수를 다음 해에도 수월하게 섭외하기 위한 방송국 차원의 선심성 시상 등에서 기인한다.

연기대상도 마찬가지다. ‘인어아가씨’의 주인공 장서희는 MBC 연기대상에서 무려 5개 부문을 수상하며 무대 위를 수도 없이 들락거렸고, 그 때마다 일일이 소감을 발표하다보니 똑같은 사람들에게 몇 번씩 감사를 표해야 했다. 5관왕 장서희와 3관왕 양동근은 MBC에 보답하는 차원에서라도 타 방송사의 드라마 출연계획을 세우지 않을 듯 싶다.

KBS는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준 유동근에게 연기대상을 줬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높지 못했고 역사 왜곡 논란에도 휘말렸으며 드라마 도중 출연자와 제작진간의 마찰로 명성황후 역이 뒤바뀌는 등 잡음을 빚었다. 만약 유동근이 5일 시작된 KBS의 새로운 야심작 ‘아내’의 주인공 역을 거절했더라도 그에게 연기대상을 줬을까.

SBS는 연기대상의 부문을 잘게 쪼개 수십명에게 수여했다. SBS 드라마에 출연한 웬만한 주, 조연급은 무슨 상이든 하나씩 다 받아갔다. 이는 스스로 상의 공신력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일련의 시상식들이 그저 연말에 연예인들이 모여 벌이는 축제라는 취지로 보면 흥겹기는 하겠지만, 방송국마다 별도의 시상식을 여는 바람에 하루에 두 군데 시상식에 참석하는 연예인들도 있다보니 시상식의 권위도 떨어지고, 수상의 감동도 덜하다. 차라리 방송사끼리 상을 통합해 매년 3사가 돌아가며 주최한다면, 상에 무게도 실리고 경쟁도 치열해져서 시청자의 흥미를 더하지 않을까.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