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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의 월가 리포트]부시 ´감세효과´ 사흘만에 시들

입력 | 2003-01-08 17:38:00


새해 들어 며칠 동안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과거와는 달리 침체 탈출을 기대할 만한 오름세’가 나타나는 듯 하더니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7일엔 주춤하고 말았다.

투자자들로부터 박수를 기대했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코가 납작해졌다.

큰소리를 치지 않았으면 다행이었을 텐데 부시 대통령은 6일 주식 배당금에 물리는 배당소득세 전면 면제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10%는 뛸 것”이라고 호언했던 것.

6일까지만 해도 시장은 이 대책을 환영, 주가지수별로 2% 안팎의 강한 상승세가 나타났다. 감세 혜택이 클 것으로 보이는 유틸리티주와 금융주 등 고배당주는 더 큰 폭으로 올랐다.

그렇지만 10년간 6740억달러의 재정투입 계획이 발표된 7일 시장은 냉담했다.

한국에서도 자주 나타났던 ‘발표 전 호재, 발표 후 악재’의 모습이었다. 사흘 급등에 하루 소폭 하락하는 양상이어서 ‘쉬어가기’라는 긍정적 해석도 나오지만 ‘감세 랠리’는 사그라진 느낌이다.

대책의 내용을 꼼꼼히 뜯어본 결과 부자에게는 혜택이 크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별 것 아닌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401(K)라는 퇴직자 플랜 등을 통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은 현재도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새 정책은 이들에게 아무런 추가혜택이 없다.

한 전문가는 “듀폰(미국의 화학재벌 가문)이나 록펠러의 자손은 올해 말이면 배당금이 작년보다 40% 불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했다.

이쯤 되니 모건 스탠리의 이코노미스트 빌 설리반은 혹독한 평가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장은 부시 대통령 계획안에 대해 잔뜩 기대했지만 환상은 끝났고 이젠 냉정한 현실정치만 남았다.”

부시 대통령이 맞닥뜨린 현실정치는 야당인 민주당의 공격이다.

토머스 대슐리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실패한 경제정책’을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나섰다. 2004년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오지 않겠다며 길을 터준 앨 고어 전 부통령을 이을 대선 주자로 유력시되는 그는 7일 대선 출마 포기를 발표하면서 ‘미국의 일하는 가정을 위해’ 부시 행정부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의회 통과가 쉽지 않게 됐으며 통과된다 하더라도 증시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정부의 선전에 비해 훨씬 작을 것이라고 월가는 보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