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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테마여행]양식진주의 본고장 日 미에현 도바시

입력 | 2003-01-09 16:16:00

미키모토섬의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진주양식장. 이곳에서 양식진주가 대량생산돼 왕가의 보석이었던 진주가 서민층의 혼수품으로까지 대중화됐다./사진제공 캠프


만약, 어떤 뛰어난 발명가가 값비싼 보석들을 쉽게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아냈다면?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 보석이 천연 보석과 동일한 품질과 가치를 지녔다면 세상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110년 전, 일본 혼슈 서쪽의 바닷가 마을인 미에(三重)현의 도바(島羽)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오늘날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가 된 ‘미키모토 진주’의 창시자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 1858∼1954)의 손끝에서 진주가 양식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왕가의 보석으로 쓰여 귀족들조차 마음대로 걸고 달 수 없었던 이 아름다운 보석을 미키모토는 쉽고 빠르게, 그리고 대량으로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 왕가의 보석을 만인의 보석으로

미키모토박물관에는 시가로 수억엔이 넘는 진주세공품들이 전시돼 있다. 위로부터 차례로 미키모토 오중탑, 자유의 종, 지구의./사진제공 미키모토박물관

미키모토는 생전에 발명왕 에디슨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미키모토 진주를 선물받은 에디슨은 한참 동안 진주를 바라본 후 감격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건 양식이 아닌 진짜 진주입니다. 내가 연구실에서 한 실험 중 성공하지 못한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다이아몬드의 발명이고 다른 하나는 진주입니다. 이것은 경이입니다.”

진주의 발명은 특허법 실시 이후, 생물로서는 처음으로 공인된 것이었다. 그 때가 1893년. 이 발명은 곧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천연진주와 비교해 조금도 손색이 없는 양식진주의 탄생은 먼저 유럽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런던에서는 이 교묘한 모조품이 보석업계를 교란해 시장에 대공황을 불러올 것이라며 소동이 일어났고, 보석 상점들이 많은 파리에서도 양식진주에 대한 배격의 목소리가 높았다.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되자 연구자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옥스퍼드 대의 리스트 제임슨 박사는 “진주를 만들어 내는 자극물이 자연적으로 발생했는가, 아니면 인위적으로 삽입됐는가의 차이점 이외에는 미키모토 진주와 천연진주와의 차이가 거의 없다”라는 학술적인 견해를 발표했다.

이런 사건들을 겪으며 미키모토 진주는 세계적인 발명품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다. 우동집을 하는 부모 사이에서 11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렵게 성장한 미에현 출신의 한 젊은이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미키모토의 업적은 단지 양식진주를 만들어낸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키모토사는 미에현 도바시 오른쪽에 있는 도바만의 한 무인도를 개발해 일종의 테마파크, ‘미키모토 진주섬’을 만들었다. 오늘날 ‘진주의 모든 것’을 보기 위해 이 인공의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 해 약 60만명, 그 중 외국인만 2만여명에 이른다.

● 진주의 모든 것 경험

미에현은 일본 열도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긴키(近畿)지방에 속한다. 오사카 교토 고베 등 일본 역사와 문화, 산업의 중심도시들이 있는 곳이다.

미에현의 관광명소로는 ‘바다’를 중심으로 한 관광도시인 도바시와 미키모토 진주섬, 일본의 3대 신사 중 하나로 꼽히는 이세 신궁을 들 수 있다.

미키모토 진주섬은 1951년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미키모토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진주는 모두 이 섬 근처에서 양식된다. 섬 앞쪽 바닷가에서는 요즘도 진주 양식을 시작하던 초기의 모습 그대로 해녀들이 모패(母貝)를 바다에 넣거나 일일이 채취하는 모습을 관광객들에게 퍼포먼스처럼 보여준다. 섬 안의 주요시설은 미키모토의 기념관과 진주 박물관, 진주 플라자. 기념관은 양식진주 발명 100주년을 기념해서 건립된 것으로 미키모토 진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다양한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인간과 진주의 관계를 생각한다’는 테마로 설립된 진주박물관에는 4개의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진주 채취의 변천사와 보석으로서의 진주의 탄생과정, 처리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볼거리는 모패에 손으로 일일이 진주 핵(核)을 넣는 과정.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실험실처럼 유리벽으로 통제된 곳에서 흰 가운을 입은 직원들이 진주의 ‘씨앗’을 뿌리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모패의 종류에 따라 인공진주는 핑크, 바이올렛, 옐로, 블랙 등으로 태어난다. 열쇠고리나 립브러시, 화장용 거울, 액자, 펜과 같은 장식용 소품에 활용하기 위한 작은 진주들도 탄생하지만 역시 보석으로서의 가치는 완벽한 원형을 지닌 티 없는 진주에 있다. 무게, 광택, 지름, 외형에 따라 인공진주는 고가의 보석으로 변신한다.

박물관의 가이드들은 보석 감정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평범한 내용부터 학술적인 궁금증까지 관람객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질문에 막힘없이 답을 쏟아낸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은 단연 앤티크 박물관이다. 천연진주로 만들어진 장신구들을 전 세계에서 수집해 놓았는데 그 규모와 화려함에 누구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이다.

나라지방의 호류지 5중탑을 모델로 만들어진 미키모토 오중탑(1929년에 필라델피아 만국박람회에 출품), 진주로 만든 지구의, 히메지성 모형, 중세 비잔틴 양식 왕관을 모델로 제작한 펄 크라운Ⅱ 등이 시선을 끄는 전시품이다.

특히 펄 크라운Ⅱ는 제작하는 데만 꼬박 1년 2개월이 걸렸는데 이집트 투탕카멘왕의 단검에 사용된 낱금세공법을 참고로 해서 제작되었다고 한다.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미키모토의 진주 세공법을 은근히 자랑하는 전시물이 아닐 수 없다.

박물관을 벗어나면 진주플라자다. 미키모토 진주 제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값싼 소품 액세서리부터 수천만원짜리 최고급 제품까지를 살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시즌마다 특별 할인상품을 내놓아 쇼핑만을 목적으로 미키모토 진주섬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1월에는 흑진주 목걸이를 특별 할인하고 있다. 진주플라자의 2층 아와코 레스토랑에서는 ‘진주 조개 국수’라고 명명된 이 섬만의 독특한 해물 국수를 맛볼 수 있다. 온몸으로 체험하는 진주관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2∼3주에 걸쳐 진행되는 어린이 과학 프로그램은 바다 속 진주조개의 생태나 환경, 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적, 인공적 과정에 대한 탐구학습으로 어린이를 동반한 부모들사이에 인기가 높다.

순수과학과 산업의 지혜로운 접목에서 출발해 ‘진주’라는 단일 모티브만으로 1년 내내 테마파크같은 효과를 누리는 미키모토 진주섬. 한 개인의 영광과 명예를 넘어선 생동감 있는 교육현장으로 일본인들이 자부하는 곳이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 여행정보

1. 찾아가는 길

미에현까지는 JR 도카이도 신칸센을 이용,

도쿄역에서 나고야역까지 약 1시간40분,

신오사카역에서 약 55분 걸린다.

또, 미키모토 진주섬은 도쿄에서 나고야를

거쳐 기차로 약 4시간,

오사카 교토에서는 기차로 2시간 걸린다.

도바시에서 이세 신궁까지는 자동차로

약 30분 걸린다.

2. 기타 정보

미에현과 미키모토 진주섬에

관한 일반 정보는 일본국제관광진흥협회

(www.jnto.go.jp/kor, 02-732-7525)나

간사이프로모션센터-링카이트래블

(www.kansai.gr.jp, 02-319-5876),

미에현관광청 홈페이지

(www.kankomie.or.jp/korea),

일본의 미키모토 박물관

(www.mikimoto-pearl-museum.co.jp)에서

얻을 수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1500엔,

어린이 750엔이며 개관시간은

1∼11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1월1일과 3월 20일, 6월 1일, 7월 20일은

휴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