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예트, 프랭탕, 사마리탱….
8일 아침 문을 열자마자 프랑스 파리의 유명 백화점들에 들이닥친 손님들은 그동안 눈독을 들여둔 상품을 먼저 사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여름과 겨울 해마다 두 번 실시하는 프랑스 세일(Soldes) 첫날의 풍경이다.
파리 중심가의 구치와 루이뷔통 등 명품 매장에는 유럽을 강타한 한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란 줄이 생겼다. 매장 내의 손님 수를 일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들어간 손님 한 명이 나와야 새로운 손님 한 명을 들여보내는 판매 전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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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세일을 앞두고는 이례적으로 르노 뒤트레 경제 차관이 기자회견을 갖고 “소비자들은 이번 세일 기간에 적극적인 쇼핑을 해달라”고 당부해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 세일 때면 한국 일본 등에서 ‘명품 사냥꾼’이 몰려들지만 정작 프랑스에서는 국가가 ‘세일 판촉’에 나서야 할 정도로 소비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프랑스 경기 하락에 따른 소비 감소는 생산활동 저하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 내각이 목표로 내세운 프랑스 경제 성장률은 2.0% 이상. 그러나 국립통계청(INSEE)의 통계연구소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라고 재를 뿌리고 있다.
프랑스 세일은 △겨울 세일의 경우 통상 4주의 세일 기간 △최소 한달 이상 매장 내에 진열했던 상품을 대상으로 한 세일 품목 △세일 전 최소 30일의 판매 가격 중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한 가격 인하(30∼50%) 등 세일의 룰을 엄격히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경기 하강의 여파 때문인지 올해는 세일 며칠 전부터 세일가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프랑스 방송의 몰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프랑스의 모습과는 달리 세일을 노리고 프랑스로 몰려드는 한국인의 수는 해마다 느는 실정. 겨울 세일이 있는 1월 프랑스의 한국 관광객 수는 2000년 1만3000여명에서 2001년 1만5000여명, 2002년 2만여명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박제균 파리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