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외국기업들 동호회 "회사서 밀어주니 잘 돌아갑니다"

입력 | 2003-01-12 17:19:00

한국 오라클의 스포츠 동호회 '엑스 게임'회원들은 스카이 점프, 암벽 등반 등 과격한 스포츠를 즐긴다. 사진제공 한국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코리아의 최재호 대리. 한해를 마감하는 지난해 12월31일 그는 저녁 7시 퇴근 후 집으로 가는 대신 근처 게임방으로 직행했다.

이날은 MS코리아의 게임동호회 ‘인베이더’ 회원들이 대전을 치르는 날. 24명의 회원들은 MS가 최근 출시한 엑스박스 게임을 놓고 거의 자정이 될 때까지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이날 게임왕에 오른 회원에게는 2인 제주도 왕복 여행권이 제공됐다.

주한 외국기업에는 직원들끼리 자연스럽게 교감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하는 동호회 활동이 활발하다. 회사가 재정적으로 시간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 ‘인베이더’의 경우 행사 진행비의 50%는 회사가 부담한다.

외국기업은 비교적 젊은 직원들이 많다보니 스포츠 동호회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 컴퓨터어쏘시에이츠(CA)의 스킨스쿠버 동호회 ‘수중진담’은 분기마다 제주도나 동해로 스쿠버 여행을 떠난다. 15명으로 구성된 이 동호회는 매년 해외 원정을 나가는데 지난해에는 괌으로 다녀왔다. 회원 모두가 가이드 없이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오픈워터 스쿠버 다이버’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

한국 오라클의 ‘엑스 게임’은 언뜻 게임 동호회 같지만 실은 과격하고 극단적인 스포츠를 사랑하는 직원들의 모임이다. 회원들은 매주 인라인 스케이팅으로 체력을 다지면서 여름에는 스카이점프와 수상스키, 겨울에는 빙벽 등반과 스노모빌에 도전한다.

한국 네슬레의 테니스 동호회는 회원간 친목 도모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들과의 화합을 다지는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네슬레 청주 공장 직원들이 주축이 된 이 동호회는 95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참가하는 테니스 대회를 열고 있다. 청주 국제 테니스 코트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에는 네슬레 직원과 지역주민 62개팀이 참가해 명실공히 지역 스포츠 행사로 자리잡았다.

볼보건설기계코리아의 ‘이(異)문화 연구회’는 다양한 인종적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모여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이다. 회원 36명의 이 모임에는 외국인 직원들도 참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가 공용어가 됐다.

지난해 이 모임은 독일인 회원 피터 세볼트의 딸 돌 잔치를 열어주며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한국 컴퓨터어쏘시에이츠의 스킨스쿠버 동호회 '수중진담'회원들은 지난해 괌에서 해외훈련을 가졌다. 사진제공 한국 컴퓨터어쏘시에이츠

AIG 손해보험에는 ‘우먼 파워’를 자랑하는 모임이 있다. ‘전문여성그룹(PWG)’으로 불리는 이 동호회는 지난해 노엘 칸돈 전임 지사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것. 임원부터 사원까지 총 36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 동호회는 일년에 4번씩 모여 여성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 평소 감명깊게 읽은 책을 기증하는 독서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외국기업 직원들은 국내기업에 비해 퇴근 시간이 비교적 일정하고 주말에 여유가 있다보니 동호회 활동에 열심히 참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엑스 게임’의 열성 회원인 한국 오라클의 윤석훈씨는 “예전에는 퇴근 후 술자리를 찾았으나 요즘은 동호회 활동에 푹 빠져있다”면서 “동호회 회원 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회사로부터 비교적 넉넉하게 재정 지원도 받을 수 있어서 다양한 활동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