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때 금실이 좋기로 소문난 최씨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불치의 병을 얻자 부인은 남편이 낫기를 정성으로 기도했다. 그러던 중 부인의 꿈에 흰 수염을 한 노인이 나타나 “산 북동쪽을 가면 빨간 열매에 뿌리가 사람 몸처럼 생긴 약초가 있으니 이를 달여 먹여라”고 했다. 꿈에서 깨어난 부인은 산기슭에서 그 약초를 찾아내 뿌리를 정성껏 달여 먹였고 남편의 병은 깨끗하게 나았다고 한다. 전남 화순 인근에서 전하는 산삼의 기이한 효과에 대한 설화다.
산삼은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으로 번식한 천종, 새가 산삼열매를 먹은 뒤 배설물이 번식해서 되는 지종, 산삼 씨앗을 산에 심은 산양삼, 뿌리 모양이 어린아이와 비슷한 동자삼, 봉황새가 날아가는 모양의 봉황삼, 남녀의 성기를 닮은 음양삼, 용이 승천하는 듯한 용삼….
반면 산삼처럼 보이는 인삼도 있다. 인삼 씨앗을 산에 심은 사양삼, 밭에서 자란 인삼을 산으로 옮겨 심은 포삼 등이 그것.
산삼이 인삼과 가장 다른 점은 잠을 잔다는 것이다. 산삼은 자신이 약효를 축적할 만한 여건이 못 되면 스스로 싹을 피우지 않는다. 죽은 듯 보이지만 수십 년을 잠자다가 자랄 환경이 되면 깨어난다. 이에 비하면 인삼은 잠을 자지 않고 외형만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산삼같이 속이 꽉 찬 사람보다는 겉멋만 잔뜩 들어간 사람이 많다. 큰 위기나 좌절에 굴복하지 않고 내면의 힘을 키운다면 우리 몸은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김주영 우리한약재되살리기운동본부 사무총장·약촌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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