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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복을 빕니다]고지도학자 이찬 박사

입력 | 2003-01-12 18:47:00


고 이찬 박사는 한국 지리학의 ‘태두(泰斗)’로 국내 지리학의 학문적 기초 수립과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다.

고인은 서울대에 지리학 박사과정이 없던 1960년 미국 루이지애나대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지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서울대 교수를 지내면서 반세기 가까이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문화역사지리학을 전공한 고인은 평생을 고지도 연구에 헌신했다. 특히 ‘혼일강리역대국도(混一疆理歷代國都)’의 발견은 고인의 학문적 업적 중 하나다. 고인은 일본 교토의 류코쿠(龍谷)대에 묻혀 있던 이 지도를 처음 찾아내 조선 초기 권근 등이 만들었다는 사실과 그 역사적 의미를 세상에 알렸다. 이 지도는 현존하는 동양 최고(最古)의 세계 지도이자 15세기 당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장 정확한 세계 지도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한국 고지도의 대다수를 ‘한국 고지도’(1977)와 ‘한국의 고지도’(1991) 등 2권의 저작에 집대성했으며 2001년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당시 평생 모은 한국 고지도 160점을 기증했다.

1996년부터 4년간 국제지리학회(IGU) 부회장을 맡았으며 2000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지리학대회를 성공리에 치르는데 기여해 한국 지리학의 위상을 높였다.

이기석 서울대 교수(지리교육과)는 “고인은 타계하기 직전까지도 학술원 연구 과제로 세종실록지리지 연구에 몰두했을 만큼 학문의 열정을 잃지 않았다”며 “후학들이 포괄적인 지리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진 분”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