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최춘자씨가 11일 이형택과 국제전화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형택의 어머니 최춘자씨(61)는 11일 강원 원주시에 사는 둘째아들 규택씨(31)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12일 횡성군 우천면 고향집에 돌아온 최씨는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우승하고 바로 전화가 왔어요. ‘경기 봤느냐, 나 멋있었느냐’고 묻더군요. 어찌나 자랑스럽던지요.”
3형제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이형택은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어릴 적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어머니 최씨는 생계를 위해 시어머니에게 3형제를 맡기고 홀로 서울에서 식당 일을 해야 했다.
어렵게 운동을 시작한 이형택은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최씨는 아들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간 기억이 별로 없다. 응원하러 가면 지는 경기가 많았던 탓이었다. 그저 멀리서 아들 걱정을 하며 열심히 기도했다. 그래도 아버지 산소에 다녀오면 성적이 좋다고 말하는 아들이 대견스럽다고 한다.
최씨는 집안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으면서 2001년부터 다시 횡성에 내려와 시어머니 이옥순씨(81)와 살고 있다.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줘 늘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아프지나 않으면 다행인데…. 건강이 나빠진 할머니 안부를 자주 묻는 걸 보니 이제 다 컸나봐요.”
최씨에게 이형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막둥이였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