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70년대 전설적 클래식 명인들의 모습을 담은 ’클래식아카이브’ 시리즈.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맨오른쪽)등 아날로그시대 전설적 연주가들의 실황연주와 다큐멘터리등을 모았다.사진제공 EMI
‘DVD, 복고로 간다?’
음반사 EMI가 1950∼70년대 초 레코딩된 거장들의 연주와 영상을 ‘클래식 아카이브(Classic Archive)’라는 이름의 전집으로 내놓았다. 1차분으로 발매된 9장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레오니드 코간·예후디 메뉴인, 피아니스트 클라우디오 아라우, 소프라노 레지느 크레스팽 등의 연주실황과 음악학자 브루토 몬생존이 제작한 피아니스트 다큐멘터리 ‘연금술사 글렌 굴드(Glenn Gould the Archemist)’ 등이 담겼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클래식 부흥기를 수놓은 명인들의 활동을 담고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지만 화상과 음향의 품질면에서는 오늘날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 대부분의 영상은 흑백으로 제작됐다. 음향도 대부분 1개 채널의 모노럴 음향이다. 음반시장에서는 60년대 초반 이미 스테레오가 보편화됐지만, 영상물들은 대개 1개 음성채널 대응의 TV방송용 또는 단순자료용으로 제작됐기 때문.
그러나 강철과 같은 개성을 내세우는 옛 명인들이 영상과 함께 들려주는 연주는 남다른 감동을 일깨워준다. 형광관(螢光管)에서 빛이 방사되는 듯 차갑게 타오르는 코간의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강렬한 볼륨과 섬세한 뉘앙스를 함께 갖춘 크레스팽의 프랑스 가곡 연주 등이 각별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첫 발매분 9장 중 유일한 컬러영상인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편은 오늘날 음악애니메이션 ‘판타지아’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 대가의 타계 5년 전(1972) 모습을 담고 있는 자료. 청년기의 매우 화려했던 포즈에 비해 동작은 훨씬 절제되어 있지만 형형한 눈빛으로 담아내는 현의 단단한 긴장과 극적인 고조의 설계가 감탄을 자아낸다.
1982년, 처음 소비자용 CD가 등장하자 음악 저널리즘은 과거의 명연들이 한꺼번에 빛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투명함과 공간감을 함께 갖춘 뛰어난 CD음질에 과거의 녹음이 당해낼 수 없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 그러나 놀랍게도 CD는 과거 명연의 대대적인 부활을 불러왔다. 목록에서 사라졌던 오랜 명연들이 CD로 속속 등장했다. DVD의 경우도 마찬가지 현상이 대두될 것인가. 어쩌면 ‘클래식 아카이브’ 시리즈가 그 신호탄이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 지휘자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이고르 마르케비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찬 페라스·아르튀르 그뤼미오 편 등이 연속 발매될 계획.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