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부산선물거래소가 개장된 지 3년, 이제 선물거래소가 부산 지역 경제에 가져올 효과를 평가해 볼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주력 상품인 국채선물(國債先物·3년 만기 국고채를 대상으로 표면금리 연 8%인 국채선물을 가상해서 만들어낸 채권)의 활성화와 코스닥50선물의 개발로 누적 거래량이 3000만 계약을 돌파했다.
그러나 지금의 선물시장은 주가지수선물 부산 완전이관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의 증권거래소와 부산지역간에 논란이 거듭되면서 일대 격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부산시와 지역시민단체, 부산선물거래소 등은 최근 ‘주가지수 선물 완전 이관을 위한 범시민 비상대책위’를 발족시키며 총력 이관 투쟁에 나섰다. 그러나 서울의 한국증권거래소 노동조합은 “주가지수 선물은 증권거래소가 개발한 상품으로 부산 선물거래소에 줄 수 없으며 오히려 현물, 즉 주식시장과 선물시장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2000년 7월 선물거래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가지수선물 이관일은 2004년 1월1일로 못박혀 있는 상태다. 재정경제부는 이와 관련, ‘2004년 1월 주가지수선물 상품을 선물거래소로 이관하되 증권전산시스템을 사용하고 이후 전산시스템을 일원화할 때 그 비용은 선물거래소가 부담한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선물협회 사장단과 선물거래소 이사장 등 관련 단체들로부터 받아놓은 상태다.
선물거래소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입지 장소와 취급 상품들의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증권거래소 노조가 파업을 벌이고 부산시와 부산지역 상공업계, 그리고 일부 시민단체가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나서는 최근의 상황이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중앙에만 집중되고 지방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결과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경제 활성화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이번 대통령 선거기간에도 핵심 이슈로 등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장래 동북아 중심국가 도약 전략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산 범시민 비상대책위측은 이는 대통령당선자의 공약 철회나 마찬가지이며 주가지수선물의 2004년 부산 완전 이관이라는 현행법을 파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필자는 이 문제를 푸는 데 서울 증권거래소 노조의 입장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부산 지역이라는 이해관계자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부산시, 선물거래소와 노조, 부산지역 경제관련 시민단체들의 주장, 즉 주가지수선물의 완전 이관을 위해 선물거래소의 시스템을 일원화하자는 주장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면에서 본다면 일정 기간 서울 증권거래소의 전산시스템을 사용한 뒤 점차 부산 선물거래소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것이 부산 지역을 합리적인 이해당사자로 위치 지우면서 중앙 집중화된 경제력을 합리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길이다.
이동환 부산 경실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