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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신뢰경영]엄격한 외부 감사로 회계 투명성 ↑

입력 | 2003-01-13 18:12:00


기업 경영자는 경영환경과 관련한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만 투자자나 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들이 경영실적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보자료는 회계보고서. 그래서 투명회계는 신뢰경영의 기본이 된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엄격한 회계기준을 요구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감사인에 의해 감사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흔들리는 회계 투명성=2002년은 회계투명성이 위기를 겪은 한 해다. 미국에서는 엔론과 월드컴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의 회계 부정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아서앤더슨 같은 유명 회계법인이 문을 닫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회계부정을 막지 못한 일부 회계법인이 거액의 소송을 당했고 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송사태에서 우리 법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연재물 목록▼

- 기업지배구조 개혁 지주회사가 첫단추
- 이사회 ‘독립’ 아직은 ‘먼길’
- 소액주주 믿음이 기업성장 밑거름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세계 최대의 회계법인인 미국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미국의 각종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내고 “고객 기업의 회계처리가 믿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감사계약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PwC의 한국 회원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해 12월8일 소속 회계사가 지켜야 할 국제적 기준의 윤리규범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기업의 재무제표와 공시서류가 진정하다는 것을 서명하는 인증제도를 연내 도입키로 했다.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의 CEO는 민사 소송의 피고이자 형사 피고인이 될 듯하다.

▽기업 의지가 가장 중요=김경호 한국회계연구원 상임위원은 “투명회계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회계인프라를 잘 갖춰 회계 투명성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부 대기업의 성과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2001년 7월 ‘포스피아’라는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도입해 “철광석을 수입해 강판을 만들어 팔기까지의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회계시스템에 입력돼 사람이 사후에 회계를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1995년부터 7년 동안 7000억원을 들여 ERP시스템을 구축해 역시 의도적인 회계 부정의 소지를 없앴다.

▽회계사와 제도가 함께 변해야=투명 회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면서 삼일 영화 안진 삼정 등 큰 회계법인들은 회계사 교육과 회계 결과 심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강수 삼정회계법인 회계사는 “실질적인 감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회계법인들이 한 회사의 회계감사를 싸게 해주고 컨설팅 수입으로 이윤을 남기는 영업구조는 회계감사의 독립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많아 현재 금감위가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