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드라마 ‘별을 쏘다’에서 발랄한 캐릭터로 호평을 받은 조인성. 3월이면 동국대 연극영화과 ‘03학번’이되는 그는 영화 ‘마들렌’과 ‘클래식’홍보활동이 끝나면 컴퓨터 게임으로 여가를 보내며 평범한 20대 대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스포츠형 헤어스타일을 해도 미남은 역시 미남이다. 조인성(22)의 이마에는 짧게 자른 머리 아래로 ‘M’자 머리선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미소를 지으니 이마에 깊게 패이는 세겹의 주름살. “전 이 주름살이 좋아요. 늙었을 때 눈가에 자글자글 예쁘게 주름이 졌으면 좋겠어요. 안성기 선배님처럼 인자해 보이는….”
# 드라마 이어 스크린 '인기몰이'
그는 9일 종영한 SBS 드라마 ‘별을 쏘다’에서 스스로 ‘별’이 됐다. 드라마 ‘피아노’에서의 반항아적 이미지는 멋있긴 해도, 어딘가 뻣뻣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별을 쏘다’에서 그는 물만난 고기처럼 ‘펄떡였다’. 이제 스물 둘인 그는 또래의 순수와 발랄함을 되찾아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들었다. 극 중 가수 ‘비’가 한 CF에서 선보인 춤을 똑같이 흉내내는 장면은 압권. 실제로 나이가 여덟살이나 많은 전도연과 알콩달콩 연애도 닭살스럽지 않게 소화했다.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어요. 적당히 심각하면서도 적당히 밝은 캐릭터. 전도연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잘 할 수 없었을 꺼에요. 제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또 기다려주셨죠.”
그의 표정에는 느낌이 살아있다. 10일 개봉한 영화 ‘마들렌’의 포스터에서 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미소인지 울먹임인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같은 표정은 ‘별을 쏘다’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 50대 주부 시청자는 “‘싱싱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며 “갓 피어난 꽃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 스타보다 배우가 되고픈 '구식청년'
드라마가 끝나자 마자 그는 영화 홍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마들렌’에 이어 ‘클래식’이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 ‘마들렌’에서 그는 전 애인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친구를 묵묵히 보듬어주는 지석 역을 맡았다. 소설가 지망생인 지석은 첫 데이트 장소로 대학 도서관을 택하고, 여관방에서도 여자친구 손 하나 건들리지 않는 순진무구한 ‘무공해’ 청년이다.
“한 여자를 끝까지 보호하는 것, 정말 멋진 일이죠. 제가 순정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순정적인 남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이런 저런 유혹 때문에 사랑을 지키지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조인성의 매력은 이처럼 되바라지지 않은, 어딘가 ‘구식 청년’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가 이마의 주름살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스타’가 되기보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반짝 떴다 지는 ‘스타’가 아니라 안성기 선배님처럼 존경받는 배우이자 사회인사가 되고 싶어요. 지금 제 위치는, 스타에서 배우쪽으로 35%정도 왔다고 봐요. 죽을 때까지 연기만 할 껀데, 지금의 인기에 일희일비하면 안되죠.”
# "당분간 공부하면서 연기 재충전"
그는 ‘클래식’ 홍보가 끝나면 당분간 긴 휴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드라마 ‘피아노’ 이후 하루도 쉰 날이 없다.
“100m달리기 하듯 전력질주 해왔는데, 이젠 좀 산책하듯 지내려고요. 놀 준비는 완벽히 끝냈죠. 게임 CD도 5개 사고 TV도 좀 보려고 케이블 방송에 가입했어요. 태권도장에도 다시 나가고(그는 태권도 4단이다) 여행도 많이 다녀야죠.”
그가 제일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브라질이다. 아마존에 가보고 싶다는 그는 남미의 열정적인 기운을 온 몸에 받고 싶단다.
“영화 ‘리빙 하바나’ 보셨어요? 그런 분위기, 정말 멋지잖아요.”
그러나 쉬는동안 놀 시간은 별로 없을 듯 하다. 그는 1981년생으로 2000년 전남과학대 모델이벤트과에 진학했으나 동국대 연극영화과로 학교를 옮겨 3월 ‘늦깍이 신입생’이 된다. 편입이 아닌, 수학능력시험을 봐서 입학하는 03학번.
“연기수업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어요. 배우가 되고싶다고 큰소리는 쳤는데, 그럴려면 기초가 탄탄해야하니까요.”
그는 소주 2병을 거뜬히 해치우는 애주가. 새해소망으로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면서도 “담배나 술은 당분간 끊지 않을, 아니 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