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28세)는 실력뿐 아니라 성실한 지도로 소문난 스키 강사다. 해마다 강습 문의가 줄을 잇지만 이번 시즌에는 제대로 활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재발한 무릎 통증 때문이다.
박씨의 무릎 얘기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역선수 시절 경기 도중 넘어져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의사와 수술 날짜를 잡았지만 선배로부터 “무릎에 칼 대면 운동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소했다. “그 정도 부상은 다 한 번쯤 겪는 것”이라며 정신력 부족을 질책하는 코치도 있었다. 각종 민간 요법을 찾아 전전하던 중 통증이 가라앉았고, 그럭저럭 스키도 다시 탈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그 후 가끔 무릎이 어긋나며 부어오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증상도 약 먹고 며칠 쉬면 가라 앉아 “괜찮겠지…”하고 넘겼다. 하지만 점점 빈도가 잦아졌고, 급기야 일상 생활 중에도 무릎이 어긋날 정도로 악화됐다. 결국 다친 지 6년이 지나서야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연골이 닳아 수술 후에도 잦은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무릎의 인대 부상은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아 심각성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그 후유증인 연골 파열, 퇴행성 관절염 등도 몇 년이 지나서야 서서히 나타난다. 여기에 성적을 외면할 수 없는 학원 스포츠의 현실과 지도자들의 부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근거 없는 민간 요법에 몸을 맡기거나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외국으로 치료하러 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스포츠 부상 치료에 비법이란 없다. 국내 의료 수준도 외국을 능가하는 부문이 많다. 수술과 재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곳에서 치료를 받는다면 우리 선수들이 치료를 위해 외국을 떠돌아 다닐 이유가 없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 원장http://kosm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