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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2003]부산 공동어시장 "고등어 풍어…일할 맛 납니다"

입력 | 2003-01-14 18:12:00

매일 새벽 부산 공동어시장은 생선 경매로 활기를 띤다. 10일 경매 진행요원(오른쪽 갈고리 든 사람)의 진행에 맞춰 중매인들(왼쪽 모자 쓴 사람들)이 고등어를 살펴보고 있다. 이 어시장에서는 국내 고등어 소비량의 90% 이상이 거래된다. 최재호기자


10일 오전 6시.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지만 넘실대는 겨울바다를 가운데 낀 ‘ㄷ’자 형태의 부산 서구 남부민동의 공동 어시장은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참 운이 좋네요.”

이곳을 안내하기로 한 신세계 이마트 조형철 바이어는 만나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7년 동안 여기서 고등어를 샀지만 오늘처럼 물량이 풍부한 때는 드물어요. 국내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큰놈들도 나왔습니다.”

이날 경매 물량은 고등어만 2만여짝. 삼치 오징어 등 다른 생선까지 더하면 모두 6만여짝에 이른다. 나무로 엉성하게 짠 두부 상자 크기만 한 1짝에는 고등어 큰 것은 20여마리, 작은 것은 40여마리가 담긴다. 줄잡아 이날 하루에만 60만마리 이상의 고등어를 경매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고등어의 90% 이상이 여∼서 거래됩니더. 이번 겨울은 묵을 만한 놈들이 많이 올라오네예.”

어시장의 신진문 판매상무가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말했다. 이곳에서는 고등어와 오징어 삼치 등이 거래된다. 특히 고등어에 관해서는 한국 최대의 어시장이다. 서울 사람이 먹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고등어도 이곳에서 1차 경매를 마친 것을 다시 경매할 정도.

경매는 정확히 오전 6시 반 시작됐다.

“갈, 양만양천.”

경매사는 수화를 하는 듯한 능숙한 손놀림과 함께 뜻 모를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서 생선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중매인 100여명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이들 중매인은 대형 유통업체나 지방의 큰 상인의 의뢰를 받아 생선을 산다.

“사료나 미끼로 쓰이는 ‘잔챙이’ 고등어를 ‘갈고등어’라고 불러요. 또 2(이)자는 1(일)자와 자주 혼동이 돼 양(兩)으로 표현하죠.”

잔챙이 고등어 1짝에 2만2000원이라는 소리구나. 설명을 듣자 이해가 갔다. 고등어는 크기에 따라 ‘대’, ‘중’, ‘소’, ‘소갈’, ‘갈’ 등 모두 5가지로 분류됐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50㎝가 넘는 ‘대 고등어’는 이곳에서도 잘 볼 수 없으며 그나마 대부분 일본으로 팔려간다. 때문에 한국 시장에 식용으로 팔리는 것은 소 또는 소갈 고등어가 대부분.

크기에 따라 분류해 가지런히 놓인 생선을 따라 경매는 물 흐르듯 진행됐다. 하지만 현장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넘쳤다.

“사는 기 다 그렇듯 이곳도 참 거칩니더”라며 “약간만 거래가 이상하면 바로 상소리가 오간다 아닙니꺼”라고 한 참석자는 귀띔했다.

한 구역 경매가 끝나자 중매인 뒤에 서있던 수백명의 인부들이 득달같이 들이닥쳤다. 트럭이 쉼 없이 날랐다.

“겨울 고등어는 살이 통통하고 단단합니더.”

특히 올해는 제주도 근해에 질 좋은 고등어어장이 잘 형성됐다는 게 어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시장의 활력에 푹 빠지다보니 어느새 온 세상은 환해져 있었다. 그제야 어시장 지붕에 하얗게 앉은 갈매기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갈매기가 진짜 부산 갈매기 아입니꺼. 잘 묵어 어떤 놈은 날개를 펴면 어른 양팔 길이 정도는 되지예.”

부산=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