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이 칼럼이 시작된 이후 채권형 펀드하우스 두 곳을 소개했다. 금리 예측을 잘해 수익률이 높았던 신한BNP투신운용과 국채 선물을 잘 이용했던 교보투신운용이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투신사들이다.
이에 비해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을 대규모로 운용하고 있는 대한투신운용의 지난해 성과는 좀 더 가치가 있어 보인다.
한국펀드평가가 지난해 말 채권형펀드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인 운용사의 1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대한투신운용은 5.76%로 신한BNP투신 교보투신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다른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코리아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채권형 펀드하우스들에 있어 지난해는 쉽지 않은 시기였다. 연초 오를 것처럼 보였던 금리는 내내 내림세를 나타냈다.
돈은 많고 투자할 곳이 없는 기업들이 채권을 발행하지 않아 회사채 물량이 부족했고 그나마 사놓은 카드회사채는 하반기 들어 신용이 악화됐고 거래도 잘 안 됐다.
채권을 사고 파는 펀드매니저들이 마주치게 마련인 금리위험, 신용위험, 유동성위험이 겹쳐 많은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졌다.
대한투신운용도 상반기에는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았고 어쩔 수 없이 카드채를 살 수밖에 없어 위기를 겪었다.
2002년 운용사별 채권형 1년 누적수익률 상위 10걸 운용회사설정액(억원)펀드수(개)1 년 수익률(%)신한BNP20,85156.02교보6,836115.99대한27,591385.76국민40,205165.74조흥6,98485.60한화8,80455.55LG11,485135.53PCA1,88575.50대신2,78535.47삼성25,742315.46전체262,2802895.40수탁고 1000억원 이상인 회사의 공모펀드를 기준. 자료:한국펀드 평가
이병렬 채권운용1팀장은 “하반기 이후 금리하락으로 방향을 잡고 잔존만기가 긴 채권을 사들였고 가계대출 문제가 생길 것에 대비해 카드채 비중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위기를 탈출한 공을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돌렸다. 이 회사는 매달 투자전략위원회를 열고 펀드매니저는 여기서 결정된 대로 시장에 대응토록 했다.
또 자체 신용등급을 정해 채권 신용관리를 하고 자체 개발한 채권전략시스템을 통해 운용 현황과 성과 등을 철저히 분석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이 회사는 신한BNP투신 국민투신과 함께 한국펀드평가와 머니투데이가 주는 제1회 ‘MT베스트펀드상’ 채권형 베스트 운용사로 선정됐다.
권경업 채권운용본부장은 “앞으로도 선진 운용시스템을 본받고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