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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고이즈미총리 신사참배, 盧정권-中 후진타오 출범前 '기습'

입력 | 2003-01-14 19:07:00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다음달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14일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함으로써 한일관계의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다음달 한국, 5월 중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인 고이즈미 총리는 양국 방문 때 비난의 화살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 시점을 택해 전격 참배한 것은 다음달 이후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고 중국에서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취임하는 등 양국의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하는 일정을 감안한 결과로 풀이된다. 즉, 외교마찰을 빚을 만한 사안을 사전에 마무리함으로써 양국 새 정권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시기와 관계없이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에 매년 참배하는 것은 전쟁 피해국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총리의 신사참배는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위헌논란도 일본 내에서 일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4월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 때부터 “총리가 되면 종전(패전)기념일인 8월 15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러나 이에 한국 등이 강력 반발하자 8월 15일을 이틀 앞둔 13일 전격 방문했다. 또 지난해에도 한일월드컵과 9월의 중일 국교정상화 30주년을 피해 4월로 앞당겨 강행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일본에 항의의 뜻을 전달해 왔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예정됐던 고이즈미 총리의 중국 방문이 올 5월로 연기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이날 외교통상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를 거듭 비난함으로써 한중과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국, 중국 등과의 마찰을 무마하기 위해 지난해 관방장관 사적자문기관을 설치,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무종교 전몰자 추도시설 건립을 검토해 왔으나 고이즈미 총리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다 여당 내 반대도 강해 흐지부지됐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