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장기업들의 분기실적 전망치 발표가 예정된 날엔 투자자들도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작년 말 기업 성적표 발표는 이번 주에 특히 많다. 발표기업 수가 지난주엔 70여개에 그쳤지만 이번 주엔 15일 65개, 16일 120개를 포함해 260여개에 이른다.
14일은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인텔 등 39개사의 차례였다. 발표는 거래시작 전이나 거래 마감 후에 이뤄진다. 투자자들은 인텔의 ‘실적 호전’을 점치고 ‘사자’에 나섰고 인텔 주가를 주당 17.79달러로 0.41달러(2.4%) 끌어올렸다. 장이 끝난 후 인텔의 발표는 “4·4분기 이익이 전문가들의 평균 예상치(주당 0.14달러)를 상회하는 주당 0.16달러”라는 내용이었다.
‘인텔 효과’로 시작된 매수세 덕에 다우존스산업 평균지수는 8842까지 올랐다. 펀드매니저 찰스 화이트는 “기업의 긍정적인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회복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경제회복에 대한 믿음이 약해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뉴스에 따라 움직이는 표류 장세를 연출한다”고도 말했다. 기업별 업종별 주도주가 불투명하다는 말이다. 인텔조차도 올해 설비투자를 계획보다 줄이겠다는 발표를 하는 바람에 경기회복 기대감은 더 약해지고 말았다.
기술주에 대한 믿음도 16일까지 발표될 애플컴퓨터 IBM 마이크로소프트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의 실적을 봐야 확인할 수 있겠다는 태도다.
퍼스트 알바니 자산관리회사의 수석투자역 휴 존슨은 “자욱한 안개가 낀 기업실적 바다에 인텔의 발표로 등불이 켜졌다고 판단한다면 아마도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기업의 실적발표와 1월 경제지표를 지켜보아야 한다”면서 “그래서 요즘 관망장세가 펼쳐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미국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경제를 떠받친 민간소비가 한풀 꺾이는 것이 아닌가 해서 애널리스트들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매판매가 1.2% 증가에 그쳤다는 소식도 이날 악재로 작용했다. 증가율만 보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자동차(5.0%)쪽의 강력한 견인 속에 이 정도 증가율에 머물렀기 때문에 겁을 먹는 것이다.
경제 요인 외에 뉴욕증시를 짓누르는 가장 큰 변수는 소위 ‘지정학적 불안요인’이다. 이라크와 북한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