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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하쿠바무라 스키여행 체험기

입력 | 2003-01-15 19:00:00

핫포오네 스키장의 매력은 정상에서 내리닫이로 질주하는 다이내믹한 다운힐. 아래 마을이 하쿠바무라다./조성하기자


오후 3시 고마츠 국제공항(이시카와현). ‘JAL-SKI’라고 쓴 피켓을 든 운전기사가 한국에서 온 스키어를 맞았다. “올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려 좋은 시즌이 예상됩니다.”. 운전기사 나이토씨의 말에 모두들 상기된 표정이다.

JAL SKI는 올 시즌 처음으로 일본항공(http://jal.co.kr)이 내놓은 스키 패키지. ‘왕복항공권(인천↔고마츠)+스키장셔틀(고마츠↔하쿠바무라)+호텔숙식(아침 저녁식사 포함)’으로 구성되는데 그 첫 번째 목적지가 바로 나가노 동계올림픽 현장인 하쿠바무라(白馬村)다. 재팬알스프의 산악 한 중간에 있는 해발 700m의 산악마을 하쿠바무라. 버스로는 통상 3시간이 걸린다. 고마츠를 벗어난 뒤 올라선 호쿠리쿠(北陸) 자동차 도로. 귀로는 일본가수의 노래를 듣고 눈으로는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호쿠리쿠 자동차 도로 주변의 멋진 풍경을 감상한다. 오른 편 하늘을 막아선 거대한 산악. 하얀 눈을 뒤집어 쓴 채 은빛 세계를 이뤘다. 왼편 차창 밖에는 파도가 사구의 모래언덕을 향해 맹렬하게 밀려오는 멋진 바다가 펼쳐진다.

바다를 등지고 산악을 향한 버스. 히메가와(姬川)가 흐르는 계곡을 따라 한시간을 달렸다. 4월이면 재팬알프스의 눈 녹은 물로 홍수 때 강처럼 흙탕의 급류로 뒤덮이는 이 강. 그러나 1월의 히메가와는 이름처럼 얌전했다.

오후 여섯시. 드디어 하쿠바무라에 도착했다. 눈 덮인 마을은 어둠에 싸여 한산했다. 시도 때도 없이 북적대는 한국의 스키장 주변 마을과는 딴판이다. 매사에 수선스러움이 없는 일본인의 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지속된 경기후퇴와 사향 길의 스키산업으로 인한 퇴조현상이 맞물린 탓이다.

숙소는 ‘바이저 호프 핫페이’라는 자그만 호텔. FIS(세계스키연맹)의 전문위원(Technical Delegation)인 마루아먀 히토나리씨가 운영하는 호텔로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오스트리아 스키팀 지정숙소였던 곳이다.호텔 곳곳에서 발견되는 히토나리씨의 올림픽운영위원 ID카드, 헤르만 마이어 등 오스트리아 스키팀의 사인이 든 포스터가 그런 역사를 잘 보여 준다.

이튿날 새벽. 온천 탕으로 가던 복도 유리창을 통해 핫포오네 스키장이 보였다. 아침해에 분홍빛으로 물든 하얀 슬로프는 스키어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도 남았다. 스키장 베이스까지는 10분 정도 걸어야 한다.

하쿠바무라에서는 오스트리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많은 알파인 빌리지 가운데서도 알파인 스키의 발상지인 티롤 알프스의 상트 안톤을 빼닮았다. 고산 능선의 슬로프가 마을 앞 마당까지 뻗어 내린 것이나 아기자기한 골목길 모습까지도. 매년 30명씩 선발하는 일본 국가 스키 데몬스트레이터 가운데 최소한 다섯 명을 배출해온 이 스키의 명소가 스키 발상지의 뒤를 따른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하룻밤에 50㎝씩 눈이 내린다는 이 곳. 가끔 눈이 재앙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스키어에게는 하늘의 축복이다. 슬로프에 서면 그 부드러운 자연설에 매료돼 말을 잃고 만다. 그 보다도 더 감탄케 하는 것이 있다. 슬로프 정면에 펼쳐진 재팬알프스의 장대한 풍광과 하쿠바무라의 마을 모습. 핫포오네스키장에서는 온종일 그 풍경을 감상하며 다운 힐을 즐긴다.

핫포오네에서는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리프트를 몇 번 탔다는 식의 한국식 계량법은 맞지 않다. 곤돌라로 오른 슬로프를 내려오는데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 중급자 수준의 스키어가 전 슬로프를 섭렵하려면 이틀이 부족할 만큼 넓다고 한다. 스키지도 없이 다니다가는 엉뚱한 베이스로 들어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자연설 슬로프는 적응하는데 힘이 들고 시간도 필요하다. 체력소모량이 국내에 비해 곱절은 되는 것 같다. 그러니 오후 3시쯤 되면 다리에 쥐나는 것은 다반사.

핫포오네는 유럽 알프스의 스키장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 특히 산 중턱에 들어선 전망좋은 식당은 일본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핫포오네만의 보물. 700∼1000엔이면 재팬알프스의 설경을 감상하면서 훌륭한 점심식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모으는 것은 우사기다이라 곤돌라역에 있는 맥도널드 햄버거하우스(빅맥 셋트 681엔). 전세계 90개 스키장을 다녀봤지만 전망대식당에 맥도널드가 있는 곳은 처음이다. 그리고 또 하나. 캔맥주 파는 맥도널드도 이 곳 뿐이 아닌가 싶다.

하쿠바무라의 애프터 스키(After Ski)는 온천과 맥주, 그리고 스키비디오 감상으로 이어진다. 땀에 절은 스키 복을 벗자말자 찾는 곳은 온천. 순식간에 피로가 풀린다. 온천후 들이키는 맥주 한 잔. 그 시원함에 기분은 ‘유쾌 상쾌 통쾌’다. 이어지는 저녁식사. 따끈한 정종을 곁들이니 금상첨화다. 식사 후 휴게실에서는 또 다른 즐거움이 기다린다. 일본스키어 사이에서 ‘스키의 신’처럼 떠받들리는 와타나베 가즈키의 카빙레슨 비디오 시청. 아름다운 춤을 연상케 하는 그의 멋진 카빙 턴.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주시하는 스키어의 눈은 깜짝일 틈도 없이 초롱초롱 빛난다. 청명하기만 한 재팬알프스 산중 밤하늘의 수많은 별처럼.

하쿠바무라(일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