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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보니]장동만/젊은 그대, '도덕의 촛불'을 들어라

입력 | 2003-01-17 17:56:00


한국의 2030세대 젊은 그대들. 지난해 6월의 월드컵 경기 때는 붉은 악마로, 여중생 치사 사건을 듣고는 촛불 시위로, 그리고 이번 대선 때는 인터넷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를 신바람 나는 이벤트로 만들어 그 젊은 생각과 에너지를 맘껏 집단적으로 표출해온 젊은 그대들.

젊은 그대들이 그렇게 사유(思惟)하고, 그렇게 행동하기에 조국의 앞날이 한없이 밝아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파이팅!’과 열띤 박수를 보내면서, 아울러 몇 가지 우려와 기대를 적어 본다.

높은 이상과 불타는 정의감을 가진 젊은 그대들, 그대들은 “지금 이대론 안 된다! 바꿔야 한다!”를 부르짖으며 대선에서 대이변을 일으켰다. 한데 변화와 개혁이란 제도를 뜯어고친다고, 정치하는 사람 몇 명을 바꾼다고 이루어질 수는 없다. 참다운 변화와 개혁이 있으려면, 그 무엇보다 앞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사고방식이 달라져야 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인생관이 우선 확립돼야 한다.

변화와 개혁을 갈망하는 고국의 2030세대 젊은 그대들, 여기서 그대들은 그 같은 외침을 잠깐 멈추고, 우선 자신들의 주변을 한 번 둘러보기 바란다. 그대들이 그토록 혐오하고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5060세대들의 그 썩고 낡은 정치, 부정부패, 부조리, 비합리의 근원적인 뿌리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 혹시 그대들 자신은 빼놓은 채 화살의 과녁을 기성 세대에게만 겨누고 있지는 않은가를 먼저 살펴보길 바란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그대들은 대학 학비 또는 유학 경비의 부담을 부모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이는 결혼할 때 아파트 열쇠와 자동차 키를 부모에게 기대하기도 한다. 미국의 젊은이들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그대들은 너무나 당연시한다. 그런데 정의감 강한 그대들이 여기서 채 생각하지 못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즉, 그대들 부모가 그대들에게 이를 마련해 주기 위해 바깥 사회에서 어떤 활동, 어떤 처신을 하는가를 한번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그리고 지금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20, 30대의 신용불량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미국 젊은이들은 생활 설계 또한 무척이나 합리적으로 한다. 즉, 수입에서 저축을 먼저 하고 나머지만 쓰는 원칙에 빈틈이 없다. 한마디로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오늘의 낭비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대들은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여기서 젊은 그대들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요즘 한창 진행 중인 정치 경제적 제도개혁을 뛰어넘어, 지금 다 꺼져버린 사람들의 도덕심(道德心)의 심지에 불을 붙이는 일에 앞장서 달라고. 이 같은 일은 순수하고 정의감 넘치는 그대들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남의 도덕성의 심지에 불을 붙이려면 먼저 나부터 도덕심에 불이 붙어야 한다. 우선 그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고, 이를 인터넷에 올려 많은 네티즌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벌여달라. 그리고 공감대를 이루면 이번엔 ‘도덕의 촛불’을 높이 치켜들고 또 한번 길거리로 나서라.

장동만 재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