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이란 특정 사건에 대한 처리 기준 및 결정은 모든 검사가 똑같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현재 1300여명에 달하는 전국 검사 중 누구에게 특정사건 수사를 맡기더라도 동일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 검사의 상명하복(上命下服)과 직무이전 및 승계 조항이다.
검찰청법 7조 1항은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 3항은 검찰총장 및 검사장, 지청장은 특정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옮겨 처리하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명하복 규정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명하복 규정을 들어 상사의 판단과 결정을 부하 검사들에게 종용 또는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일선 검사들의 주장이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인 경우 정치적으로 편향된 상급자의 의견이 ‘경험과 소신’이라는 이름으로 관철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심화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게 젊은 검사들의 주장이다.
▼연재물 목록 ▼- 인사위원회 개편
- 특별검사제
- 공직비리조사처 설치
이에 따라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완화하거나 아예 폐지해 검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려대 법학과 하태훈(河泰勳) 교수는 “검찰이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검사동일체 원칙 때문”이라며 “결재권을 빙자한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불복할 수 있도록 항변권을 신설하고 부하 검사가 항변권을 행사했을 경우 상사는 반드시 서면으로 지시하도록 해 상명하복 조항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김윤희(金倫希) 간사는 “검사동일체 원칙은 기본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며 “상명하복과 직무 이전 및 승계권이 존속하는 한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은 극복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김 간사는 특히 “일선 검사들에게 항변권을 준다 한들 일사불란한 검찰의 조직문화 특성상 어느 검사가 인사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감히 상급자의 뜻을 거스르며 항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그러나 검사동일체 원칙은 수정 보완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폐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칙을 폐지해 일선 검사들이 사건을 들쭉날쭉 처리할 경우 검찰권의 행사가 균형을 잃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다만 일선 검사들의 소신있는 결정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해 중 검찰청법의 상명하복 조항에 항변권을 신설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할 수 있도록 한 검찰청법 8조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 반해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없다면 권한 없이 어떻게 책임만 지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검사동일체 원칙과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권에 대한 논란은 기본적으로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문제점을 보완해나가는 선에서 절충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