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그들만의 리그’지만 결승전의 열기는 슈퍼볼 못지 않게 뜨거웠다. 서울대 스칼라스팀 박주영씨(왼쪽)의 돌파를 금오공대 이선용씨가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다.부산=최재호기자
‘그들만의 잔치’였지만 그라운드에선 미식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 투지가 넘쳐흘렀다.
한국 미식축구의 ‘슈퍼볼’로 불리는 제8회 ‘김치볼’이 열린 19일 부산대학교 대운동장. 스탠드는 텅 비어었었고 흥을 돋우는 치어리어도 없었다. 매년 6만여 관중에 지구촌 수억명의 팬들이 지켜보는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초라했다.
그러나 사회인리그 우승팀인 서울대 OB팀 ‘스칼라스’와 대학리그 우승팀 금오공대가 맞붙은 이날 김치볼에서 양팀 선수들은 NFL에 못지않는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셋… 다운… 고!” 쿼터백의 시그널에 라인백은 상대수비를 태클했고 러닝백과 와이드리시버는 빈틈을 뚫고 돌진했다. 쿼터백의 패스를 받은 러닝백은 온몸을 던지며 저지하는 상대 수비진을 뚫고 전진, 패스, 그리고 터치다운으로까지 연결했다. 이 경기에서 금오공대는 스칼라스를 7-6으로 꺾고 처음 정상에 올랐다.
한국미식축구는 ‘동호인’들이 주축. 대부분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 시작한다. 현재 국내 팀은 57개팀(사회인 21팀, 대학 36팀). 선수도 2000여명에 불과하다. 수천개의 대학팀과 32개 프로팀이 있는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한 사람당 50만원이 넘는 장비는 물론 팀 운영비도 모두 회비로 충당해야하는 처지.
하지만 열정만은 NLF 선수들에 못지않다. 스칼라스의 감독겸 선수 정윤식씨(33·한국 IBM)는 “미식축구는 11명이 일사불란하게 맡은 역할을 하지 못하면 백전백패한다. 그만큼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 11명이 하나가 돼 이겼을 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스칼라스의 팬 윤성혜씨(23·서울대 화학과)는 “미식축구는 모든 스포츠를 모아놓은 스포츠다. 너무 짜릿하다”고 즐거워했다. 금오공대의 쿼터백 고경준씨(24·전자공학)도 “힘과 기술만으로 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머리’를 잘써야 한다.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덧붙였다.
전술 전략도 NFL못지 않다. 매 경기 상대팀의 플레이를 비디오로 찍어 정밀 분석한다. 공격스타일과 수비형태등을 파악, 수백가지의 전술로 상대를 공략한다.
김치볼은 매년 9월부터 시작된 대학리그와 사회인리그의 최강자가 NFL의 ‘슈퍼볼’이 열릴즈음 국내 ‘왕중왕’을 가리는 경기. ‘김치볼’이란 대회 이름은 경북대 박경규 교수(농업기계공학과)가 지었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