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인 스펜서 존슨은 “아빠는 1분이라는 짧은 대화를 통해 아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버지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하는 이 책을 보면서 남다른 경제교육을 실천하는 두 분의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한 분은 홍콩의 수입업자로 최근 한 중소 수출업체의 최고경영자(CEO)를 취재하다가 소개를 받았습니다. 50대 중반인 중국인 아버지는 방학을 맞아 미국의 경영대에 재학 중인 장남과 중학생인 차남을 데리고 한국의 거래처를 방문했습니다. 미래의 경영자로 키우기 위해 ‘현장학습’을 시키려는 것이지요.
이 분은 홍콩 경영인들을 위한 조찬모임에 아이들을 데려가는 등 앞으로 회사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배우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만큼 아이들에게는 이론무장과 현장학습을 제대로 시켜주고 싶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문직 샐러리맨인 K씨는 자녀에게 ‘돈을 아껴 써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절약만 강조하다보면 필요한 곳에 과감히 투자하지 못하거나 ‘수전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K씨는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거나 새로운 기술을 접할 수 있는 물품에는 과감히 투자한다고 합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디지털 관련 제품은 항상 최신 상품을 사줍니다. 중고품을 사면 돈을 아낄 수 있지만 아이가 그 분야의 ‘선도자(early adaptor)’가 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지요. 덕분에 중학생인 아들은 벌써 컴퓨터 관련 전문 서적을 어렵지 않게 읽어내고 신문에 새로운 기술이 소개되면 앞으로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척척 설명한다고 합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도 주요 필자로 활약한다더군요.
또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는 경비를 아껴 최고 수준의 식당을 찾고 주요 백화점을 방문해 한국 상품이 어디쯤 전시돼 있는지 보여준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꿈’을 갖게 하고 동시에 ‘현실’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지요.
급식비를 못내는 학우가 있다면 ‘기분 상하지 않게’ 적당히 대신 내주도록 조언하기도 하는 등 크고 작은 자선을 독려합니다. 남을 도울 때의 기쁨과 돈이 있어야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돈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