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의 여전사 집단인 디바(diva)들의 격렬한 경기 모습. 사진제공 www.wwekoreashop.com
국내에도 200만명 이상의 팬을 확보한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가 사상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통합기구인 WWE는 23일 오후 7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03년 극동아시아투어의 첫 라이브 이벤트를 열 예정. WWE 대표인 빈스 맥마흔 주니어가 직접 내한하며 현역 챔피언 트리플H를 비롯한 28명의 정상급 남녀 레슬러가 출동한다. 모두 8경기가 열릴 예정. 1만4000석의 입장권은 지난 연말 매진됐다.
WWE는 20일 한국어판 쇼핑 홈페이지(www.wwekoreashop.com)를 개설하는 등 한국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TV의 프로레슬링 전문해설위원인 천창욱씨와 함께 WWE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분명 쇼다. 그러나 트릭과는 다르다. 프로레슬링은 영화나 연속극처럼 자신의 배역에 따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에선 레슬러를 탤런트라고 부른다.
프로레슬링이 미국에서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에 이은 5대 프로스포츠에 꼽히고 맥마흔이 100대 부자에 들게 된 것은 프로레슬링 기구 통합과 함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최대한 도입한 때문. 각 선수는 치밀하게 구성된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이며 어떤 시나리오는 1년 가까이 진행되는 것도 있다. 물론 전체적인 흐름은 선과 악의 양자대결 구도다.
▽WWE의 활동 영역은?
세계레슬링연맹이란 뜻의 WWF였지만 지난해 같은 이니셜을 쓰는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과의 소유권 분쟁에서 져 WWE로 바꿨다. 월요일에 생방송되는 로(RAW)와 목요일에 녹화방송되는 스맥다운(SMACKDOWN)의 두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iTV와 SBS스포츠채널에서 매주 1,2회 방영하고 있다.
▽선수들간에 등급이 있다는데….
선수들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경기 외적인 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최상등급인 메인 이벤터가 되기 위해선 만담가처럼 경기후에도 30분간 상대 선수와 입씨름을 할 정도의 쇼맨쉽이 요구된다. 그렇지 못하면 미드카터라는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韓-美 프로레슬링의 대부 김일-호건
초창기 프로레슬링의 본류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중심에는 역도산과 김일로 이어지는 한국이 있었다.
1924년 함경남도 태생의 역도산은 일본 프로레슬링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1세대. 15세 때인 39년에 조선씨름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이듬해 일본으로 건너가 스모판에 뛰어든다.
이후 그는 레슬링으로 전업했고 트레이드 마크인 가라데촙을 앞세워 46년부터 50년까지 미국의 거구들을 잇달아 무너뜨리며 실의에 빠져있던 패전국 일본의 영웅이 된다. 하지만 그는 53년 불의의 사고를 당해 요절하고 만다.
이어 등장한 역도산 문하생 1기의 김일(74)은 일본에서 60년대말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세계타이틀만 20여차례를 차지하며 최장기 1인자의 영광을 누렸다.
주무기는 너무나 잘 알려진 박치기. 같은 문하생으로는 후배인 안토니오 이노키와 자이언트 바바가 있었다.
빡빡머리 신사 김일이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선과 악의 대결구도에서 언제나 선이 이긴다는 대리만족을 선사했기 때문.
거구에다가 악당인 상대 레슬러의 공격을 무수히 받아내며 그로기 상태까지 몰리면서도 어느새 풀려나 필살기인 박치기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오늘을 있게 한 영웅은 78년 등장한 헐크 호건(50)이다.
빅풋과 레그드롭이란 발 기술이 장기인 그의 캐릭터 역시 마지막에 승부를 뒤짚는 정의의 사나이. 하지만 호건은 중후함을 앞세우던 챔피언 이미지를 발랄한 이미지로 바꾸었다.
특히 이 멋진 새 챔피언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신념을 잃지 않고 △항상 기도하라는 ‘헐크의 규칙’을 제정, 자신의 팬이 되려면 착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프로레슬링을 마땅찮게 여기던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쇼맨십이 뛰어났던 그는 이후 영화 ‘록키3’에 출연해 대성공을 거둔 뒤 영화배우로 변신했고 나중에는 악역까지 소화해내는 등 다양한 재미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