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터넷 살생부’ 파문을 놓고 내심 ‘조용한 해결’을 희망하는 신주류에 대해 한화갑(韓和甲) 대표와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 등 구주류측이 ‘발본색원’을 강력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민주당은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살생부 파문 대책을 논의한 뒤 “재발 방지와 발본색원을 위해 사직 당국에 고발하되 그 절차를 윤리위원회에서 밟도록 하자”고 의결했다.
한 대표가 회의가 시작되자 “필요하다면 윤리위가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며 분위기를 잡았다. 신주류측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최고위원회의가 당내 문제를 놓고 수사 의뢰나 고발을 결의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살생부에서 ‘역적 중의 역적’으로 몰렸던 정 총무는 “사이버 공간에서 익명으로 흑색선전하고 인신 공격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밀어붙였다.
신주류측 의원들은 “최고위원회의의 격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며 떨떠름한 기색이었다. 수사에 들어가면 예기치 못한 파장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당 안팎에서는 대선 이후 수세에 몰렸던 구주류측이 살생부 파문을 계기로 조직적 반격을 개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신·구주류간 격돌을 예고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발언들이 오갔다.
정 총무는 이 총장이 최근 의혹사건 국정조사 논란 등과 관련해 ‘정 총무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와 당 지도부의 생각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한 것을 지적,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고 공격했다.
한 대표도 “노 당선자의 의중이란 표현을 쓰는데 노 당선자가 강조한 당정분리 원칙에 어긋난다.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려는 이야기냐. 앞으로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라”고 가세했다.
한 대표는 이어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창당 3주년 기념식에서 “노 당선자가 업적을 남기도록 단결하고 지혜를 모으자”면서도 “당이 편가르기로 가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창당 기념식 축사에서 “당내 약간의 이견이 있다면 이것마저도 화합해 새 정치를 펼쳐야 하며 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