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통해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으나 한국인의 생활과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국의 드라마다.
한국에서 히트를 기록한 거의 모든 드라마가 현재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대만과 중국 등 중화권 위주로 수출됐으나 이제는 일본 베트남 홍콩 인도네시아 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중국에서 안재욱의 인기는 아직도 여전해 최근 내한했던 영화 ‘영웅’ 의 장이머우 감독도 그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안재욱이 삼천포에서 영화 촬영 중이어서 그냥 돌아갔다. 김승우는 주연한 드라마 ‘신귀공자’가 베트남에서 크게 인기를 끌어 최근 현지에서 TV CF를 찍었다. 지난주 인도네시아의 발리로 광고 촬영을 다녀온 배용준은 현지에서 방영된 ‘겨울연가’ 덕분에 융숭한 대접을 받고 왔다.
김희선은 중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으며 CF를 찍었고, 대만에서도 송승헌 원빈 송혜교 등 한국 스타들의 인기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왕국인 일본에서도 장동건 채림 주연의 ‘이브의 모든 것’이 아사히TV에서 방영됐고 ‘겨울 연가’도 2월부터 NHK 위성채널을 통해 나간다.
이쯤 되면 한국의 드라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 홍보 효과는 물론,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속의 한국 남자배우들은 하나같이 잘 생기고 멋있고 매너가 좋아 아시아 여성들에게 높은 점수를 따고 있고 한국 여배우들도 세련되고 순수한 이미지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골프장의 캐디들은 한동안 오후 6시 전에 라운딩을 끝내려고 서둘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가을동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한국관련잡지 ‘프로포즈’는 원빈을 표지 모델로 하고 인터뷰까지 게재하자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다. 이런 일은 창간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예전에 헐값에 팔았던 한국 드라마가 이제는 아시아 시장에서 꽤 높은 단가를 인정받고 있어 새로운 효자 수출 상품이 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 수출에도 문제가 있다. 일본에서 방영된 ‘이브의 모든 것’은 한국에서 20부작이었던 작품을 일본의 미니시리즈 관례에 맞춰 12부로 줄이기 위해 임의로 편집하는 바람에 줄거리가 아리송하게 됐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 수출되는 한국 드라마들도 모두 자막 처리를 하지 않고 그 나라의 성우가 더빙하기 때문에 한국 탤런트들의 대사를 들을 수 없어 매력이 반감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시아 방송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높아진 위상을 감안하면 드라마 수출 때, 자막 사용과 편집 불가를 조건으로 당당하게 내걸어도 되지 않을까?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